
OHCHR, 北 인권 아카이브 구축
北, 인권 권고 수용 시 큰 변화
팬데믹 동안 주민 인권 악화돼
5년 이상 절대적 고립된 상태
유엔 총회 최초 북한 인권 고위급 전체회의가 5월 20일 오전 미국 뉴욕 유엔총회 회의장에서 개최됐다.
이번 회의는 작년 12월 컨센서스로 채택된 제79차 유엔총회 북한 인권 결의에 따른 것으로, 유엔 총회 차원에서 최초의 고위급 회의를 통해 북한 인권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했다. 해당 결의 제27항은 '유엔 총회 의장에게 시민사회와 여타 전문가들과 함께 북한 인권 침해에 관한 증언을 다루는 고위급 전체회의를 개최할 것을 요청'했다.
회의에서는 필레몬 양(Philemon Yang) 제79차 유엔 총회 의장 주재로 일제 브랜즈 케리스(Ilze Brands Kehris)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인권담당 사무차장보, 엘리자베스 살몬(Elizabeth Salmon) 북한인권특별보고관 등이 심각한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환기시켰다.
브랜즈 케리스 사무차장은 "OHCHR이 북한 인권 침해에 관한 아카이브를 구축했고, 800건 이상의 피해자와 목격자 인터뷰 및 증거자료가 담겼다"며 "국제사회의 인권 관련 접근을 거부해온 북한이 최근 유엔의 인권 관련 기구와 대화의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보편적 인권 정례 검토(UPR)'에서 회원국 권고 사항을 일부 수용했다"며 "만약 권고 사항이 이행된다면, 의미 있는 변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살몬 특별보고관은 "팬데믹 기간 동안 북한 인권 상황이 훨씬 악화됐다. 북한 주민들은 5년 넘게 절대적 고립 상태에 놓여 있다"며 "국경 폐쇄와 국제사회 인도적 지원 제한, 정보 접근 차단 등이 북한 주민의 생활 여건을 악화시켰다. 최근 제정된 3개 법을 통해 이동의 자유와 노동권, 표현의 자유를 더욱 제한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탈북 여성 김은주 씨가 연설하고 있다. ⓒ외교부
탈북 여성들 인권 실상 증언 나서
11세에 탈북, 中서 인신매매 당해
러시아 파병돼 돈벌이 수단 전락
韓 드라마 배포 이유로 처형당해
특히 탈북 여성인 김은주·강규리 씨가 북한 인권 침해 실상과 생생한 경험을 증언했다. '11살의 유서' 작가인 김은주 씨는 어머니·언니와 탈북했다 중국에서 인신매매를 당했다고 폭로했다.
김은주 씨는 "북한 군인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돼 러시아에 의해 현대판 노예제도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며 "그들은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누구와 싸우는지, 왜 싸우는지도 모른 채 김정은 정권의 돈벌이 수단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2023년 어머니·이모와 목선을 타고 탈북한 강규리 씨는 "북한에는 아직도 기본적 인권을 빼앗긴 채 외부 세계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접하지 못하는 수백만 명의 주민들이 있다"며 "저는 5살 때 할머니가 토속 신앙을 실천했다는 이유로 가족 전체가 평양에서 시골로 추방됐다. 북한에서 허용되는 유일한 종교나 신념은 김정은 가문의 세습 통치를 정당화하는 주체사상뿐"이라고 했다.
강 씨는 "코로나19 봉쇄가 북한 당국이 자유를 억압할 수 있는 완벽한 구실과 기회를 제공했다"며 "친구 중 세 명이 처형됐는데, 두 명은 단지 한국 드라마를 배포했다는 이유였다. 한 명은 겨우 19살이었다"고 증언했다.
▲탈북 여성 강규리 씨가 연설하고 있다. ⓒ외교부
외교부, 첫 전체 회의 의미 부여
총회에서 北 인권 논의 역사적
韓 선교사 3인 즉각 석방 촉구
인권 침해, 핵무기 개발과 연계
외교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인권이사회에 이어, 유엔 전 회원국이 참여하는 대표 기관인 총회에서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집중적인 논의가 이뤄졌다는 의미가 있다"며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폭넓은 참여와 관심을 제고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황준국 주 유엔 대사는 이날 회의에 정부 수석대표로 참석, "이번 회의는 유엔 총회에서 북한 인권 결의를 채택한 지 20년 만에 처음으로, 총회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논의하는 고위급 회의라는 역사적 의미를 지닌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노예화의 반인도범죄에 해당할 수 있는 북한 강제노동 상황과 강화되는 감시와 국경 통제, 표현의 자유 제약 상황 등 북한 인권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황 대사는 "납북자·억류자·국군포로 문제가 즉각 해결돼야 한다. 특히 북한에 억류된인 김정욱·김국기·최춘길 선교사를 즉각 석방해 달라"며 "강제송환 탈북민들의 비인도적 대우도 우려한다. 모든 유엔 회원국들이 강제송환 금지원칙을 준수해 달라" 촉구했다.
그는 "북한의 인권 침해는 너무 오랫동안 핵 위협에 가려져 왔지만, 인권 침해야말로 북한 정권의 진정한 본질을 반영한다"며 "북한은 많은 면에서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의 현실판"이라고 지적했다.
▲황준국 대사가 연설하고 있다. ⓒ외교부
또 "북한 인권 문제와 북한 핵무기 개발은 긴밀히 연계된 사안으로, 인권 침해가 중단되면 핵무기 개발로 중단될 것"이라며 "북한 주민들의 고통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무기들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고, 북한이 지속 개발 중인 핵·미사일 프로그램이 전 세계 비확산 체제와 국제 평화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참석한 국가들도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협력에 우려를 표하는 한편, 악화되는 북한 인권 상황을 지적하고 북한의 인권 상황 개선을 위한 노력을 촉구했다.
北 인권, 중동·유럽까지 심각 위협
러시아·이란·테러단체 무기 수출
총회 차원 전문기구 설립 제안도
韓, 오후 리셉션 열어 소통 나서
북한 인권 시민사회단체 대표들도 참석해, 악화되는 북한 인권 상황에 우려를 표했다.
그레그 스칼라튜(Greg Scarlatoiu) 북한인권위원회(HRNK) 사무총장은 "북한 인권 문제는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지역에 그치지 않고, 중동과 동유럽을 포함한 국제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며 "북한이 러시아는 물론, 이란을 통해 중동 지역 테러단체에 무기와 탄약을 수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폭로했다. 그는 "북한은 중동과 유럽에 불안정과 폭력을 수출하고 있다"며 "근본 원인은 북한이 자행하는 인권 침해"라고 했다.
30여 시민사회단체 글로벌연대를 대표하는 션 정(Sean Chung) 한보이스(HanVoice) 대표는 "북한의 인권 침해는 북한 무기개발 프로그램의 원동력"이라며 "북한 인권 침해와 국제평화 및 안보 위협 문제를 조사하는 유엔 총회 차원의 독립적 전문가 기구 설립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주 유엔대표부는 이날 오후 유엔 회원국들과 시민사회단체 등을 초청한 가운데 북한 인권 글로벌연대와 공동으로 리셉션을 개최,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관심을 제고하고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노력해 온 시민사회단체들의 활동을 소개하는 등 소통의 장을 마련했다.
외교부는 "정부는 유엔을 포함, 다양한 무대에서 심각한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의미있는 논의가 지속될 수 있도록 다차원적인 노력을 지속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 대사의 막말 관련 보도 화면. ⓒjtbc
북한 대사, 탈북민에 "쓰레기" 막말
이날 회의에서 탈북민 증언 중 회의장에 등장해 다음 순서로 발언한 주유엔 북한 김성 대사는 "유엔 본부에서 이런 회의가 소집된 것은 충격적"이라며 "더 유감스러운 것은 부모와 가족조차 돌보지 않는 '지상의 쓰레기(scum of the earth)' 같은 자들을 증인으로 초청한 것"이라고 탈북민들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김성 대사는 "이런 인권 단체들은 인권 노예 집단이고, 오늘 회의는 이들이 비참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조작된 허위 자료를 바탕으로 했다"며 "유엔 인권 재판대에 앉아야 할 진정한 범인은 '최악의 인종 차별 국가, 인신매매의 왕국, 자살의 천국, 성 노예 범죄 국가'인 미국과 서방"이라고 주장한 뒤 회의장에서 퇴장해 버렸다.
유엔 총회에서 '막말'을 투척한 북한에 대해 대부분 국가들이 황당해한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는 이들을 옹호하고 나섰다.
러시아 대사는 "일부 국가의 인권 상황에 대해 일방적으로 결의안을 채택하는 관행을 지지하지 않는다"며 "제한된 자원으로 코로나를 성공적으로 극복하는 등 인권 보호에 대한 북한의 노력은 심각한 외부 도전에도 실천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대사도 "일부 국가들에게 인권 문제는 북한을 공격하고 비방하며 압박하는 수단에 불과하다"며 "중국은 경제적 이유로 중국에 입국한 개인들(탈북민)에 대해 국내법, 국제법, 인도주의적 고려를 결합한 원칙적 입장에 따라 일관되게 처리해 왔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