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중국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고위급 회담에서 90일간의 관세 휴전에 전격 합의했다. 그 배경에는 희토류를 비롯한 전략 광물의 공급을 둘러싼 주도권 다툼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양국은 상대국에 부과했던 관세 일부를 각각 115%포인트 인하하고, 앞으로 90일간 협상을 지속하기로 했다. 이는 미국이 중국으로부터 핵심 광물 수입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해석이 뒤따른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0일, 중국이 지난 10~11일 협상 후 발표한 합의문에서 수출 제한 중인 7종 희귀 금속에 대해 일부 제한을 완화했지만, 전면 해제는 아니라고 보도했다. 중국은 필요할 경우 미국에 대한 공급을 제한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협상 카드로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왕샤오숭 인민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이 관세 인하에 동의한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중국이 전략 자원의 수출을 더 허용하도록 압박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중국은 여전히 공급 통제권을 손에 쥐고 있으며, 통제력을 점점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공식적으로 수출 제한 조치를 철회하지 않았고, 수출 허가 신청도 여전히 당국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한편, 중국 정부는 최근 밀수 단속도 강화하고 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지난 12일 중앙 정부는 광물 자원이 풍부한 지역 대표자들과 전략 광물의 수출 통제와 밀수 방지 방안을 논의했다.
희토류는 스마트폰, 전기차, 미사일, 전투기 등 첨단 기술 산업에 필수적인 원재료다. 현재 미국은 전체 희토류 수요의 약 70%를 중국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공급이 끊길 경우 첨단 제조업 전체가 마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왕 교수에 따르면, F-35 전투기 한 대에는 약 417kg의 희토류가 사용되며, 미 국방부는 F-35 미사일 유도 시스템에 쓰이는 자석류의 전략 비축량이 18개월분에 불과하다고 추산했다.
민간 부문에서도 상황은 유사하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CEO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희토류 자석 부족으로 인해 자사의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개발이 지연되고 있다고 밝혔다.
희토류는 중국에만 매장된 자원은 아니지만, 대규모 채굴과 정제 능력을 갖춘 나라는 사실상 중국뿐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 희토류 정제 생산량의 92%를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미국 내 유일한 희토류 광산은 캘리포니아주 마운틴 패스 광산으로, 주로 경희토류만 생산하고 있다. 항공우주와 방위 산업에 필수적인 중희토류 정제 능력은 현재 미국에 전무하다. 워싱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최근 보고서에서 이 같은 한계를 지적하며, 미국은 중희토류 정제 기술에서 중국보다 20년 뒤처져 있다고 분석했다.
쑹펑 인민대 에너지경제학과 교수는 "2000년대 초반까지 중국은 느슨한 광업 규제를 바탕으로 저가 원자재를 전 세계에 공급해왔지만, 미국은 냉전 이후 필수 광물 비축 전략을 사실상 폐기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2011년부터 산업 구조 개편과 함께 광업에 대한 통제를 강화했으며, 전략 광물에 관세와 수출 할당제를 도입해왔다. 반면 미국은 환경 규제와 투자 부족으로 희토류 채굴 및 정제 인프라를 제대로 확충하지 못한 실정이다.
천웨이창 중국과학원 도시환경연구소 연구원은 "미국은 충분한 광물 자원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환경 보호 규제와 금융 중심 구조로 인해 실제 정제 능력을 확보하지 못했다"며 "금속 추출과 정제는 환경 및 건강에 심대한 영향을 주는 작업이기 때문에 미국 내에서 진행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 이후 미국은 그린란드, 우크라이나 등에서 희토류를 비롯한 자원 확보에 나섰지만, 여전히 정제와 제련 능력 확보는 난제로 남아 있다. 천 연구원은 "설령 우크라이나와 자원을 공유하더라도, 이를 실질적으로 활용 가능한 수준으로 정제하는 데는 최소 10년 이상이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