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아동과 청소년들이 국제적으로 뛰어난 학업 성과를 거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신 건강과 신체 건강 면에서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유엔아동기금(UNICEF) 산하 이노첸티연구소는 13일 발표한 "예측 불가능한 세계, 아동의 건강" 보고서를 통해 선진국 아동·청소년의 복지 수준을 종합적으로 분석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세계보건기구(WHO), 유니세프의 2018년부터 2022년까지의 자료를 기반으로 작성됐다.
이번 보고서는 정신 건강, 신체 건강, 삶의 질 등 세 가지 분야에 걸쳐 생활 만족도, 청소년 자살률, 아동 사망률, 과체중 비율, 학업 성취도, 사회적 교류 등 여섯 개 지표를 종합 평가했다. 그 결과 한국은 전체 36개국 중 종합 순위 27위로 하위권에 머물렀다.
◈정신 건강: 자살률은 세계 최상위권, 삶의 만족도는 최하위권
정신 건강 분야에서 한국은 36개국 중 34위를 기록했다. 15~19세 청소년 10만 명당 자살률은 평균 10.3명으로, 조사 대상 42개국 중 다섯 번째로 높았다. 특히 일본, 튀르키예와 함께 자살률이 가장 크게 증가한 국가로 지목되기도 했다.
삶의 만족도 역시 낮은 편이었다. 0점(전혀 만족하지 않음)에서 10점(매우 만족함) 사이에서 점수를 선택하는 설문조사에서 5점 이상을 선택한 한국 청소년은 65%에 그쳤다. 이 수치는 조사 대상 36개국 중 30위로, 전반적인 정서적 안녕이 낮음을 시사했다.
◈신체 건강: 아동 사망률은 낮지만, 과체중 비율은 높은 편
신체 건강 지표에서는 아동(5~14세) 사망률이 인구 1,000명당 0.7명으로 비교적 낮은 수준이었다. 그러나 과체중 비율은 33.9%로 조사 대상 43개국 중 7위를 기록하며 높은 수준을 보였다. 이는 건강한 식습관과 운동 부족 문제가 여전히 심각함을 나타낸다.
◈사회적 관계와 학업 성과: 양극단의 결과
또래와의 관계를 평가하는 사회적 교류 지표에서는 긍정적인 결과가 나타났다. 학교 내 괴롭힘을 경험한 비율이 8.2%로 조사 대상 국가 중 가장 낮아, 사회적 관계 형성 측면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에 따라 한국은 사회적 교류 부문에서 4위를 차지했다.
반면, 학업 성취도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일상생활에서 읽기와 수학을 문제없이 수행할 수 있는 15세 학생의 비율" 항목에서 한국은 79%로 1위를 차지했으며, 이어 아일랜드(78%), 일본(76%), 에스토니아(75%) 등이 뒤를 이었다.
이노첸티연구소는 보고서를 통해 "최근 5년간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아동·청소년의 삶의 만족도와 학업 성과가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아동과 청소년이 보다 건강하고 안정적인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각국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