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동 순방 일정에 한국 경제인으로는 유일하게 동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과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국왕의 공식 만찬에 참석해 한국과 중동 간의 교류 확대에 힘을 보탰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정 회장의 이번 방문은 카타르 국왕의 정식 초청으로 성사됐으며, 현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타밈 국왕을 모두 접견하고 인사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카타르를 포함한 중동 지역과 한국 간의 다양한 경제·문화 교류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정 회장의 이번 행보는 미국과의 관계에서 아시아 내 영향력을 인정받은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이번 만찬에 아시아 경제인으로는 정 회장 외에도 인도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 회장 무케시 암바니가 함께 초청됐다. 암바니 회장은 한때 아시아 최고 부호로, 세계 5대 부자 중 한 명으로 꼽혔던 인물이다. 

정 회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만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해 12월,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의 초청으로 미국 플로리다 팜비치에 위치한 마러라고 리조트를 방문해 당시 대통령 당선인 신분이던 트럼프와 약 10~15분간 대화를 나눴다. 당시 귀국 후 기자들과의 문답에서 정 회장은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기 어렵다"며 말을 아낀 바 있다. 

트럼프 일가와의 인연은 이보다 앞서 정 회장이 트럼프 주니어 방한 당시 국내 주요 기업 CEO들과의 회동을 주선한 사실로도 알려져 있다. 특히 그는 트럼프 일가와 신앙적 지향점에서도 깊은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 회장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복음주의 보수 기독교 기반의 트럼프 가문과 종교적 친연성이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 회장의 이번 중동 방문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 유통 및 경제계에서는 중동 자본, 이른바 '오일 머니' 유치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최근 K콘텐츠의 전 세계적 인기와 더불어 중동은 문화, 관광, 유통 분야 등에서 국내 기업들에게 전략적 기회의 땅으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9월에는 이재현 CJ그룹 회장도 사우디아라비아 문화부의 초청으로 현지를 방문해 비전 2030 핵심 정책을 이끄는 문화부, 관광부, 종합엔터테인먼트청(GEA) 수장들과 연쇄 회동을 가진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