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인권 전문가이자 북한인권이사회(HRNK) 회장인 그레그 스칼라튜는 최근 한 통신사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 체제가 내부적으로 이념적 혼란에 빠져 있으며, 이를 외부 정보로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미국 정부의 대북 방송 기능 축소에 깊은 우려를 표하며, 정보 유입을 통한 북한 주민들과의 직접 소통 필요성을 역설했다. 

지난달 30일 워싱턴 DC의 HRNK 사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스칼라튜 회장은 "미국의 소리(VOA)와 자유아시아방송(RFA)의 활동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글로벌미디어국(USAGM) 개편 이후 위축됐다"며 "이는 매우 심각한 실책"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김정은이 조부 김일성과 부친 김정일에 대한 인격숭배를 약화시키고, 자신의 권력을 집중시키는 과정에서 북한 내부에 이념적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정은이 의도적으로 선대의 권위를 지우려 하면서 북한 고위층과 주민들 사이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스칼라튜 회장은 "북한 주민들이 지금처럼 혼란스러운 시기야말로 외부 정보가 효과적으로 유입될 수 있는 기회"라며 "VOA와 RFA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정부 개혁 조치에 따라 두 방송사의 예산이 삭감되고, 이로 인해 북한 인권 관련 프로그램 역시 크게 축소됐다고 우려했다. 

그는 일론 머스크와 정부효율부(DOGE)의 반부패 및 낭비 방지 노력에는 긍정적인 면이 있지만, 동시에 가치 있는 프로그램들이 줄어든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목욕물과 함께 아기까지 버린 격"이라는 영어 속담을 인용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우선순위에 대해 그는 "한반도 문제와 북한 인권은 트럼프 행정부 초기에는 핵심 의제가 아니었다"며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관심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탈북자들과의 면담을 주도한 경험이 있다는 점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배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북미 대화 가능성과 관련해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강력한 협상가이며, 김정은에게 무조건적인 양보를 하지 않을 것"이라며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CVID 및 FFVD)는 여전히 미국 정부의 공식 목표"라고 강조했다. 

스칼라튜 회장은 북한 인권 문제가 군사 안보 문제에 밀려 후순위로 밀려나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조지 W. 부시, 오바마, 트럼프, 바이든 등 모든 대통령이 북한 인권에 관심을 보였지만, 실제 정책에서는 늘 뒷전이었다"며 "이제는 다른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대북정책이 북한 정권과의 직접 대화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납북자 문제 등 구체적인 인권 의제를 포함해 풀뿌리 차원에서 시민사회와의 연계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김정은과의 대화와 동시에 북한 주민들을 위한 정보 제공과 관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한국의 정치적 불안정성이 김정은 정권에 자신감을 부여하고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그는 "푸틴과 김정은이 우크라이나 전선에 북한 병력이 투입됐음을 인정한 것은 그들의 대담성이 강화됐다는 뜻"이라며 "한국의 정치 혼란 역시 그들에게 고무적인 요소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문재인 정부가 북한과의 대화를 중시하면서 인권 문제를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룬 반면, 윤석열 정부는 국제사회와의 연대를 바탕으로 북한 인권 문제를 적극 제기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스칼라튜 회장은 공산주의 정권 하의 루마니아에서 태어나 1989년 반정부 시위에 참여했으며, 이후 한국 정부 초청으로 서울대 외교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후 북한 인권 운동에 헌신해왔다. 그는 현재 HRNK 초대 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영어, 프랑스어, 루마니아어는 물론 한국어까지 능통한 그는 북한 인권 문제에 35년 가까이 매진해 왔으며, "이것은 내 소명이라 생각한다"며 "그 선택에 대해 여전히 매우 행복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