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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도 사람이다." 이 말은 언젠가부터 자녀가 받은 상처를 이야기하는 순간, 그 입을 막는 무언의 규칙이 되었다. 아이든 성인이든 부모에게 느낀 고통을 털어놓으려 할 때면, 이 말 앞에서 입을 다물고 감정을 속으로 삼켜야 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최근 출간된 책 『세상에 나쁜 부모는 있다』(북바이북)는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에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한다. 이 책은 부모와 자녀 사이에 존재하는 '사랑'이라는 이상화된 개념이 어떻게 자녀의 고통을 침묵하게 만들었는지, 그 구조적 메커니즘을 분석하며 비판한다. 저자는 "모든 부모는 자식을 사랑한다"는 믿음이 한국 사회 전반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으며, 이로 인해 자녀의 정서적 상처가 은폐되고 외면되어왔다고 지적한다. 

책은 부모가 자녀를 위해 항상 희생하고 무조건적인 사랑을 베푼다는 전제 자체에 의문을 던진다. 현실은 그와 다르며, 많은 자녀들이 경험한 부모로부터의 상처는 순간적인 감정이 아닌, 삶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깊은 고통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럼에도 사회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강한 저항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사회학적 관점에서 한국 사회가 어떻게 부모와 자녀 관계에 신성함을 부여했는지 분석한다. 부모는 절대적으로 옳고, 자녀는 반드시 이해해야 한다는 이 불균형 구조가 자녀의 말문을 막고, 오히려 상처를 드러내는 자녀를 비난하게 만든다고 진단한다. 

『세상에 나쁜 부모는 있다』는 부모에게 사랑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치유의 출발점임을 강조한다. 고통을 객관화하고,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과정이 상처를 회복하는 첫걸음이라는 것이다. 

책은 다양한 실제 사례를 통해 독자가 감정적으로 공감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어린 시절 부모의 말이나 행동이 어떻게 사소해 보이면서도 지워지지 않는 흔적을 남기는지를 보여준다. 이 과정을 통해 독자들은 자신이 왜 상처를 받았는지 납득하고, 그 감정이 정당하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다. 

『세상에 나쁜 부모는 있다』는 부모를 단순히 비난하기 위한 책이 아니다. 오히려 이 책은 오랜 시간 침묵을 강요받아 온 자녀들에게 위로와 해방의 메시지를 전하는 선언이다. 사회가 만들어낸 통념 속에서 자신의 감정을 부정하며 살아온 사람들에게, 더 이상 자신을 탓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는 안내서다. 

이 책은 부모라는 이름 아래 숨어 있던 정서적 폭력을 끄집어내고, 그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길을 제시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제는 그 누구도 상처를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을 강하게 일깨워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