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테네시주가 의료 전문가에게 윤리적·도덕적·종교적 신념에 따라 특정 의료 서비스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새로운 법안을 제정했다.

공화당 소속 빌 리(Bill Lee) 주지사는 지난 4월 24일 상원법안 제955호(SB 955)에 서명했다. 해당 법안은 공화당이 장악한 상원에서 27대 3, 하원에서 71대 22로 통과됐으며, 공화당 의원은 전원 찬성, 민주당 의원은 전원 반대했다.

'의료윤리 및 다양성 보호법(Medical Ethics and Diversity Act)'으로 알려진 이 법은 "의료인이 양심에 반하는 어떤 의료 서비스도 수행하거나 그 비용을 부담하도록 강요받아서는 안 된다"고 명시한다. 여기서 '의료인'은 의사와 간호사뿐만 아니라 보험사와 의료기관 등도 포함되며, '양심'은 '의료진이 진심으로 지닌 윤리적·도덕적 또는 종교적 신념'으로 정의된다.

SB 955의 지지자들은 이 법이 의료 전문가가 낙태나 성전환 수술 등 해롭거나 비윤리적이라고 여기는 시술을 거부할 수 있도록 보호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반대 측은 해당 조치가 차별과 진료 거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보수 성향 법률단체인 자유수호연맹(Alliance Defending Freedom)의 그렉 차푸엔(Greg Chafuen)은 "이 법은 의료 전문가들이 자신의 양심에 반하는 일을 강요받지 않도록 보장한다"며 "누구도 자신의 직업과 양심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해당 법은 주 및 지방 정부가 의료인의 표현이나 신념을 이유로 면허를 취소하거나 불이익을 주는 행위를 금지하며, 내부 고발자 보호 조항도 포함한다. 또한 권리가 침해됐다고 판단될 경우 의료인은 법원에 구제를 청구할 수 있다.

이번 조치는 종교적 신념과 의료 서비스 제공 간 충돌이 점차 부각되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최근 몇 년간 일부 의료인이 낙태 시술이나 성전환 치료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해고되거나 징계를 받은 사례가 잇따랐다.

대표적으로, CVS 미니클리닉에서 근무한 간호사 3명은 낙태 유도약 처방을 거부했다가 해고됐고, 메릴랜드의 한 가톨릭 병원은 트랜스젠더 여성을 대상으로 한 자궁적출술을 종교적 이유로 거부했다가 법적 제재를 받았다.

퍼스트리버티연구소(First Liberty Institute) 산하 종교·문화·민주주의센터의 2024년 보고서에 따르면, 테네시 외에도 앨라배마, 아칸소, 플로리다, 일리노이, 미시시피, 몬태나, 뉴멕시코, 오하이오, 사우스캐롤라이나, 워싱턴, 아이다호 등이 유사한 의료 양심권 보호 법안을 시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