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 금식을 했다. 내 삶 속에서 주님과 깊은 교제를 나누기 위해, 혹은 문제를 위해 금식해야 할 때가 많지만, 오늘의 금식은 하나님께 죄송한 마음에서 시작되었다. 회개하는 마음으로 금식하며, 내 영혼을 돌아보고자 했다.
어느 성도님께 긴급한 기도 제목이 생겼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금식하며 기도하고 있다. 나 또한 그 기도의 자리에 있지만, 불투명한 미래 앞에서 걱정이 앞선다. 목회 현장에서 누군가가 암 같은 불치병을 진단받거나 큰 어려움이 생길 때면 마치 내가 아픈 것 같고, 모든 것이 잘못될 것 같은 긴장감에 휩싸이곤 한다. 이번 일도 왠지 잘못되어 모든 것이 무너질 것 같은 두려움이 엄습해 온다. 전문가들조차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하는 상황에서, 나는 걱정만 하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ChatGPT가 떠올랐다. 내가 아는 모든 정보를 입력한 뒤 문제를 물어보았다. 답변은 "결론적으로 담당자의 결정에 달려 있지만 긍정적이다(positive)"라는 것이었다.
그 순간 내 눈에는 "positive"라는 단어만 들어왔다. ChatGPT는 통계 기반으로 답변을 제공하는 도구일 뿐인데도, 그 말에 안도감이 생겼다. 그리고 기도 모임에서 성도님들에게 "걱정하지 말라, 잘될 것이다"라고 위로했다. 마치 응답을 받은 사람처럼 평안한 척했다. 그러나 새벽 기도 시간, 하나님께서 내게 물으시는 듯했다. "너의 평안의 근거가 무엇이니?" 그 질문에 내 마음이 찔렸다. 성도님들에게 전한 평안이 위장된 평안이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주일 설교 말씀이 떠올랐다. "너를 위하여, 너 자신을 위하여 우상을 만들지 말라." 내가 문제 앞에서 인간적인 방법으로 평안을 찾으려 했고, 그 결과에 만족했던 모습이 우상이었음을 보게 되었다. 내 스스로 점괘에 의존하고 그것으로 만족했던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하나님이 아닌 인간적인 방법으로 평안을 찾으려 했던 내가 하나님 앞에 너무 죄송했다. 문제를 온전히 하나님께 맡기지 않고, 나 스스로의 평안을 위해 만들어 낸 허상을 의지했던 것이 부끄러웠다. 그래서 금식하며 회개의 시간을 가졌다.
사실 하나님의 응답은 멀게 느껴지고, 인간적인 방법은 가까이 있는 듯하다. 나이가 들면서 내 스스로 만들어 낸 결과물에 숨고 싶은 유혹도 커진다. 그러나 기도의 자리에서 하나님은 이런 나의 연약함을 드러내셨다. 하나님께서 나보다도 내가 성결하기를 원하시고, 결국 하나님이 모든 것을 하신다는 사실을 다시 깨닫게 되었다.
두려워하지 말자. 하나님을 신뢰하자. "나는 주 안에서 잘될 수밖에 없다"고 외치며 주님만 의지하기로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