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이 아이다호 주의 낙태 금지법과 관련된 소송을 기각하며, 응급 낙태 수술을 시행하도록 요구하는 연방 지침을 허용한 하급심 판결을 인정했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에 따르면, 공화당이 이끄는 아이다호 주정부와 바이든 행정부는 산모의 생명이 위협받을 때만 낙태를 허용하는 주의 낙태 금지법을 두고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다. 연방 정부는 주정부가 응급 의료 치료 및 노동법에 따라 낙태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7일 오전 발표한 재판 의견서에서 대법원은 ‘모일 대 연방정부’(Moyle v. United States) 및 ‘아이다호 대 연방정부’(Idaho v. United States) 사건이 “부주의하게 허가되었다”며 기각했다.
대법원은 또 연방 정부가 메디케어(Medicare, 연방 건강보험 프로그램) 기금을 받는 병원에 응급 상황에서 낙태 시술을 의무화하게 한 하급심 명령에 대한 가처분을 취소했다.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은 이번 판결에 대한 동의 의견서를 작성했으며, 존 로버츠 대법원장과 브렛 캐버노 대법관도 함께했다. 배럿 대법관은 “우리가 상고를 받아들인 이후 이 사건의 진행 상황은 상당히 변경되었다”고 밝혔다.
배럿은 “당사자들은 EMTALA(응급 의료 처치 및 활동 노동 법률)이 병원이 낙태를 제공하거나 주법에 의해 금지된 다른 치료를 제공하도록 요구하는지 논쟁하고 있다. 또한 EMTALA가 연방 의회의 지출 권한에 따라 제정되고 개인 당사자에게 적용되는 법령으로서, 주법보다 우선하는지에 대해 의견이 갈린다”고 밝혔다.
이어서 “내 판단으로는 지금 이 중요한 질문에 답하는 것은 신중하지 않다. 이 소송이 지방법원에서 시작된 이후 아이다호 법이 두 번이나 크게 바뀌었다”며 “우리가 상고를 승인한 이후 당사자들의 소송 입장으로 인해 분쟁의 범위가 불분명해졌다”고 덧붙였다.
판결 기각이 발표되기 전날, 한 익명의 인물이 대법원 웹사이트에 글을 게시한 뒤, 다음날 나올 예정인 의견서 사본을 유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출된 의견서에는 대법원이 사건을 기각하고,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EMTALA에 따라 응급 낙태를 허용할 예정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블룸버그 로우(Bloomberg Law)가 27일 보도했다.
전미생명권위원회(National Right to Life Committee)는 유출된 의견문에 대한 성명을 발표하여 “다른 50개 주와 마찬가지로, 하급 법원이 응급 의료 상황에서 낙태 및 치료를 명시적으로 허용하는 아이다호 법을 지지할 것이라는 희망을 여전히 갖고 있다”고 밝혔다.
EMTALA는 1986년에 통과되어 “지불 능력에 관계없이 응급 서비스에 대한 대중의 접근”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메디케어에 참여하는 병원은 모든 사람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요구한다.
2022년 7월, 대법원이 ‘로 대 웨이드’(Roe v. Wade) 판결을 뒤집은 직후, 미국 보건복지부는 EMTALA가 병원 응급실 직원들에게 낙태를 시행하도록 요구한다는 지침을 발표했다. 미국 법무부도 EMTALA를 근거로 들며, 산모의 생명이 위협받는 경우에만 낙태가 허용되는 아이다호 주의 낙태 금지법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작년 9월, 제9순회항소법원의 판사 3인으로 구성된 재판부는 연방 지침을 지지한 하급심 판결을 뒤집고, 아이다호 주가 낙태 금지법을 시행할 수 있다고 결정했다. 결국 지난 4월, 대법원은 이 사건에 대한 구두 변론을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