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억류됐던 탈북민 중 600여 명이 지난 9일 기습 북송됐다는 소식에, 13일 중국대사관 앞에 모인 탈북자 출신 인권운동가들은 모두 분노와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탈북자', 그 중에서도 '길거리의 부랑아'를 지칭하는 '꽃제비' 출신으로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된 지 벌써 3년째인 지성호 국민의힘 의원도 마찬가지였다.
13일 서울 명동 중국대사관 인근에는 평소 시위 때보다 많은 인권운동가들이 모였다. 2,600명 탈북민 강제북송반대 범국민연합이 이날 오후 12시 30분 개최한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들이었다. 범국민연합에는 강제북송진상규명국민운동본부, 바른교육교수연합, 에스더기도운동 등이 연대했다.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9일 밤 지린성과 랴오닝성의 감옥에 수감돼 있던 탈북민 600여 명을 비밀리에 전격 북송했다. 중국 지린성 훈춘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공안은 9일 저녁 6~8시 쯤 탈북민들을 트럭에 태워 지린성 훈춘·도문·난핑·장백과 단둥 지역 세관을 통해 기습 북송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 소식을 전한 관계자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폐막식 직후 군사작전하듯 탈북민들을 북송했다"며 "중국 당국은 보안을 위해 북송 몇 시간 전에야 수감된 탈북자들에게 이송 준비를 시켰고, 탈북민 중 한 명은 북송 3시간 전에 현지 공안을 통해 지인에게 울면서 도움을 요청했다"고 했다.
범국민연합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전 세계 리더국을 자처하는 중국 시진핑 정권의 민낯이 드러났다. 전 세계 시민들의 간절한 바람을 짓뭉개고, 아시안 게임이 끝나자마자 세계 최악의 인권 유린 국가인 북한으로 600명 대규모 강제북송을 야밤에 비밀리에 전격적으로 강행했다"고 규탄했다.
지성호 의원은 "착잡한 마음이다. 배가 고파, 김정은 폭정을 피해, 자유를 찾던 많은 탈북자가 체포됐다. 그들에게 죄가 있다면 나라를 잘못 만난 죄이고, 자유의 땅에서 태어나지 못한 죄밖에 없다"고 울먹였다.
지 의원은 "그들이 북송돼 처해 있을 상황을 너무나 잘 안다. 대한민국 국회의원이자 탈북자이기에 야만스러운 북한 정권을 누구보다 잘 안다"며 "이 북송을 막기 위해 전 세계를 돌았다. 책임 있는 국가의 의원들에게 애원했고, 대한민국 모든 부처에 할 수 있는 일을 다 했다. 탈북민들이 자유 의사에 따라 대한민국에 오길 어느 때보다 원하는 정부가 윤석열 정부이고 통일부인데, 중국은 어떻게 답했나"라고 했다.
▲2,600명 탈북민 강제북송반대 범국민연합은이 13일 낮 12시 30분 명동 중국대사관 인근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송경호 기자 |
그는 "중국의 이번 만행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 선을 넘었다. 제 눈에 흙이 들어갈 때까지 오늘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며 "(북송된) 그들이 원하고 기도했던 것, 자유로운 대한민국 땅에서 살고 싶은 것을 이뤄 주지 못해 부끄럽다. 하나님께서 그들을 반드시 지켜 주실 것이고, 북한 정권이 무너져서라도 다시 만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탈북자 출신인 박정호 목사(탈북민자유연대), 김정애 목사(강제북송진상규명국민운동본부)가 눈물로 호소했고, 김태훈 변호사(한변 명예회장), 이용희 교수(에스더기도운동) 등, 이상원 목사(전국통일광장기도연합) 등도 강도 높게 규탄했다.
이들은 향후 중국이 리더십을 발휘하려는 모든 국제 행사에서 반인륜적 국가임을 외치는 '중국 보이콧'을 선언할 것과, 국제사회 언론들이 처참한 북한의 인권 유린 실상을 세계인에 알려 줄 것을 촉구했다.
▲탈북자 김정애 목사와 지성호 의원, 이용희 에스더기도운동 대표, 이상원 목사(전국통일광장기도연합)가 중국대사관에 성명서를 접수하고 있다. ⓒ송경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