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일가 외엔 北에 자유 없어
인권 탄압 막아야 핵 개발도 못해
北 주민들, 인권 무엇인지도 몰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재차 공개적으로 제기했다.

VOA와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안보리는 17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 신탁통치이사회 회의장에서 북한 인권 상황에 관한 비공식 협의를 진행했다. 비공식 협의 형태로 열린 이날 회의는 안보리 비이사국이나 비정부기구(NGO), 언론 등에 모두 공개됐으나, 중국의 반대로 생중계는 되지 못했다.

유엔 안보리는 2014년부터 정기적으로 북한 인권에 관한 공식 회의를 열었으나, 2018년 이후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 등으로 공식 회의를 열지 못하고 있다.

올해도 공식 의제에서 빠질 뻔했으나, 미국 등 62개국이 이를 의제에 남겨야 한다는 공동서한에 서명하면서 회의가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주유엔 한국 대표부가 회원국들의 동참을 독려해, 지난해보다 서명 참여국이 두 배 가량 늘었다고 한다.

이날 회의에는 안보리 이사국들을 포함해 서방국들뿐 아니라 모잠비크와 에콰도르, UAE 등 아프리카, 남미, 중동 등 30여 개국 대표들도 북한의 인권 침해에 우려를 나타내는 발언에 함께했다.

탈북민들은 안보리 회원국들 앞에서 북한 인권 침해 실태를 증언하고 국제사회의 관심을 호소했다. 탈북민 이서현 씨는 "오늘날 북한에서 유일하게 자유를 누리는 사람은 김정은뿐"이라며 "그 독재자는 호화로운 삶을 누리면서 자국민들을 향해 총을 겨누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서현 씨는 "역사적으로 북한 문제를 다룰 때 비핵화가 우선순위이고 인권은 뒷전에 밀렸다"며 "그러나 사람들이 북한 인권 탄압의 진실을 알았다면, 북한은 지금의 핵 능력을 갖추지 못했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 씨는 "김씨 일가의 핵무기 개발이 바로 주민들이 굶주려 죽어가는 이유"라며 "북한 주민들은 인권이 무엇인지, 자신의 인권이 침해당하고 있는지조차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탈북자 조셉 김 씨는 "북한은 어둠의 땅이지만, 희망과 꿈을 가진 사람들이 살고 있다. 그들은 침묵 속에 자유를 희생당하고 있다"며 "인권과 안보는 별개가 아니라 연결된 문제이다. 안보리가 북한 인권 문제에 더 깊숙이 관여해야 한다. 북한이 해외 강제노동으로 핵무기 개발 자금을 조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Linda Thomas-Greenfield) 주 유엔 미국 대사는 "북한의 중대한 인권 침해에도 불구하고, 일부 이사국들은 이 문제가 안보리의 권한 안에 있지 않고 국제 평화와 안보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한다"며 "북한 정권의 광범위한 인권 침해와 우리의 집단 안보에 대한 위협 사이의 연관성은 명백하다"고 말했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북한 정권의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은 다수의 안보리 결의에서 확인된 바와 같이 국제 평화와 안보에 대한 부정할 수 없는 위협이고, 북한의 인권 유린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며 "북한에서 무기 개발은 언제나 주민들의 인권과 인도주의적 필요를 능가한다"며 "정권의 강제 노동 사용은 그들의 불법 무기 프로그램을 진전시킨다"고 지적했다.

대사는 "북한 사회의 전체주의적 통제는 정권이 대중의 반대 없이 무기 개발에 과도한 재원을 쓸 수 있도록 보장한다"며 "김정은은 영양 대신 탄약을, 사람보다 미사일을 선택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는 국제 비확산 체제를 위협했다"고 했다.

엘리자베스 살몬(Elizabeth Salmon)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북한 인권 실태를 보고하면서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 의제는 북한의 인권 침해를 고려하지 않고는 해결될 수 없다"며 "강압적 시스템을 통해 자국민을 착취하고 외화를 벌어들이는 등 북한 인권침해 범죄에 책임있는 자들에 대해 유엔 안보리가 국제형사재판소(ICC) 기소 등 책임 규명을 위한 행동을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과 이날 회의를 공동 주최한 알바니아 페리트 호자 유엔 대사는 "북한의 자유는 오직 한 사람만을 위한 것이고, 고통과 압제는 모두를 위한 것"이라며 "오늘 회의 목적은 북한 주민들의 비참함과 고난, 고통을 조명하고 북한 정권에 책임을 묻는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안보리 논의를 반대하던 중국과 러시아는 회의에서 강하게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측 싱지셩 참사관은 "인권 문제는 안보리 안건이 아니다"며 "북한 주민들의 인권이 그렇게 걱정되면,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를 풀라"고 주장했다.

러시아 스테판 쿠즈멘코프 선임참사관도 "안보리가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회의를 여는 것은 법적 근거가 없고, 북한 주민들을 화나게 할 뿐"이라며 "미국은 인권을 잣대로 적대국들을 압박하고 있다. 북한 주민들은 미국과 서방의 제재 때문에 고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황준국 대한민국 주유엔 대사는 "북한 인권 문제는 인권 외에도 한반도 및 국제 평화·안전과도 관련된 문제"라며 "북한 인권 문제를 개선해야 북한 핵 문제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