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병원뿐 아니라 약국을 통해서도 먹는 낙태약 구입이 가능해졌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에 따르면, 미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2일 먹는 낙태약의 주요 성분 중 하나인 '미페프리스톤' 판매 관련 규제를 완화했다. 이에 따라 동네 약국이나 편의점·월그린 등 대형 소매약국 체인에서도 미페프리스톤 성분의 낙태약을 조제할 수 있게 됐다.
기존에는 병원과 일부 통신판매 약국 등에서 처방전이 있는 경우에만 이를 판매해 왔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낙태가 필요한 환자들은 앞으로 자격을 갖춘 의료진에게 처방전을 받은 후, 미페프리스톤을 취급하는 약국을 방문해 처방전을 내고 동의서를 작성하면 먹는 임신중절약을 구매할 수 있다"고 전했다.
NYT는 "이번 조치로 먹는 낙태약에 대한 접근성이 확대됐으나, 얼마나 많은 약국에서 미페프리스톤을 취급할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낙태를 반대해 온 인류행동연합(Human Coalition Action)의 법률 자문을 맡은 첼시 유맨(Chelsey Youman)은 "이러한 움직임은 지지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유맨은 "이것은 공중 보건과 안전을 지키는 단체의 비양심적 행위다. 의사가 낙태약을 제공하는 데 필요한 안전 요건을 없애고 이웃 약국을 낙태 공급자로 만들어, 많은 의사들이 자신의 양심에 반해 낙태약을 조제해야 하는 위치에 놓이게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의사 없이 집에서 낙태약을 복용하는 여성은 출혈과 같은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FDA에 따르면, 심한 출혈은 미페프리스톤 복용의 부작용 중 하나다. 유맨은 "바이든 행정부의 FDA가 여성의 안전보다 낙태약에 대한 접근 확대를 우선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생명의 행진'(March for Life) 진 맨치니(Jeanne Mancini)는 회장 역시 FDA의 이번 조치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맨치니 회장은 CP에 성명을 내고 "바이든 행정부가 매우 심각한 화학적 낙태 요법의 가장 기본적인 규제 마저 없앤 것은 가슴 아픈 일이며, 이 무모한 결정으로 여성들이 가장 큰 고통을 겪게 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적절한 의학적 감독 절차 없이 화학적 낙태에 접근하는 것은 과학에 위배되고 여성의 건강에도 유익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미국 최대의 낙태 서비스 제공업체인 미국가족계획연맹(Planned Parenthood)은 "이 낙태약은 조기 임신을 종료하는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기록을 갖고 있으며, 9주 이하 임신일 때 가장 효과적"이라며 이번 조치를 반겼다.
미국가족계획연맹의 알렉시스 맥길 존슨(Alexis McGill Johnson) 회장은 성명에서 "우편을 통해 낙태 처방약을 받거나 다른 처방전과 마찬가지로 약국에서 직접 수령할 수 있다는 것은, 기본적인 건강 관리를 받으려는 이들에게 획기적"이라고 했다.
반면 '수잔B. 앤서니미국프로라이프'(Susan B. Anthony Pro-Life America) 중서부 지역의 수 리벨(Sue Liebel) 이사는 2009년 연구에서 화학적 낙태가 외과적 낙태보다 합볍증 발생률이 4배 높다는 연구 결과를 인용한 바 있다.
리벨 이사는 CP와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즉각적인 메시지는 이것이 매우 무모하다는 것이다. FDA가 다시 한 번 위험한 약물을 둘러싼 건강 및 안전 규정을 벗겨내고 있다"고 말했다.
FDA는 웹페이지를 통해 "사용 가능한 데이터 및 정보가 '위험 평가 및 완화 전략'(REMS)의 수정을 지원하여 의료 전달 체계의 부담을 줄이고 제품의 이점이 위험을 보완하도록 보장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리벨 이사는 미국에서 낙태 관련 데이터 수집이 '최악'이며, 낙태 합병증에 대한 보고를 요구하는 연방 명령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녀는 수잔B.앤서니미국프로라이프의 연구 기관인 샬롯로지에르인스티튜트에서 수행한 2021년 연구 결과를 인용했는데, 당시 연구자들은 2002년부터 2015년까지 화학적 낙태 후 응급실 방문 비율이 500% 이상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또 2015년까지 화학적 낙태약 합병증으로 인한 응급실 방문 중 60.9%가 유산으로 잘못 기록됐다고 지적했다. 미페프리스톤 낙태는 2002년 전체 낙태의 4.4%에서 2015년 34.1%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유수호연맹(ADF)으로 대표되는 여러 전문가들은 지난 11월, FDA가 화학적 낙태약을 승인하고 규제를 반복적으로 완화한 것에 이의를 제기하는 소송을 진행했다.
이들은 고소장에서 "FDA가 화학적 낙태 약물을 승인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임신을 '질병'이라 언급하고, 이 위험한 약물이 기존 치료법에 대해 '의미 있는 치료적 이점'을 제공한다고 주장하며, 가속화된 의약품 승인권 사용하는 것이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러나 임신은 질병이 아니며, 화학적 낙태 약물은 외과적 낙태에 대한 치료적 이점을 제공하지도 않는다"며 "이러한 명백히 잘못된 결론을 주장함으로써, FDA는 약물 승인에 대한 규제 권한을 남용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