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미국 연방대법원의 ‘돕스 대 잭슨 여성보건기구’(Dobbs. Jackson) 소송 판결문 초안이 공개된 후 태아 생명 옹호 단체와 개인들이 낙태권 지지 단체보다 천문학적으로 더 많은 폭력에 직면했다고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가 보도했다.
미국 범죄예방연구센터(Crime Prevention Research Center, CPRC)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가 5월 2일 대법원 판결문 초안을 보도한 후 낙태 옹호 단체나 개인에 대한 폭력 사건은 6건에 불과했다. 반면, 친생명 성향의 단체나 개인에 대한 공격은 총 135건으로, 22배 더 많은 폭력에 노출됐다.
CPRC 보고서는 지난 5월 2일부터 9월 24일 사이에 발생한 모든 폭력 사건을 집계했다. 공격 유형은 낙태를 찬성하는 낙서로 인한 재산 훼손부터 화염병 테러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했다.
또 지난 9월 20일 미시간주에서 고령의 낙태 반대 활동가에 대한 총격, 7월 말 캔자스주 10대 낙태 반대 활동가에 대한 공격, 6월 브렛 캐버노 미연방대법관 암살 시도, 인디애나주 생명 옹호 집회에서 활동가에 대한 폭행 및 경찰 폭행 사건 등이 일어났다.
CP가 보도한 가장 최근의 폭력 사건은 지난 10월 미시간주 랜싱에 위치한 부활교회(Church of the Resurrection)에서 발생했다.
낙태 권리 지지자 및 단체에 대한 폭력 사례로는 와이오밍주 캐스퍼와 미시간주 칼라마주에서 낙태시술소 방화, 노스캐롤라이나주 그린스보로 낙태시술소 자원봉사자 차량 손괴, 오하이오주 소재 낙태시술소 앞에 동물 사체가 든 가방 배치 등이 있다. 또한 뉴욕 헴스테드의 낙태시술소 대문에 쇠사슬과 자물쇠를 채운 뒤 접착제를 뿌린 사례도 CPRC 보고서에 추가됐다.
이 보고서는 폭력 사태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대응 부족에 대해 가톨릭교회와 친생명 단체들이 분노를 표명하는 시점에 발표됐다.
가톨릭 유권자 단체 ‘가톨릭투표’(CatholicVote)는 2020년 5월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 직후 미국 전역에서 폭동이 발생한 뒤 가톨릭교회에 대한 공격을 조사할 것을 미 법무부에 요청하며 친생명 단체들의 지지를 받았다. 또 2021년 초, 미국 국가정보장실(National Intelligence)은 특별 위협 대상으로 “낙태 관련 국내 폭력 극단주의자”를 지목하는 보고서를 발표, 돕스 판결 전부터 다가올 사태의 심각성을 경고했다.
미 법무부는 친생명 단체에 대한 폭력 예방이 부실했다는 비난과 함께, 낙태 지지 여부에 따른 차별적 법 집행 논란에 직면해 있다.
지난 6월, 친생명 활동가인 마크 훅 씨는 펜실베니아주 필라델피아 소재 낙태시술소인 가족계획연맹(Planned Parenthood) 밖에서 경비원을 밀친 혐의로 자택에서 체포됐다. 지난해 10월, 훅은 12살 난 아들과 함께 낙태 반대 시위에 참가했고 경비원이 자신의 아들에게 소리를 지르자 그를 두 번 밀친 것이 전부였다.
이에 대해 ‘종교‧시민권을 위한 가톨릭연맹’(Catholic League for Religious and Civil Rights) 회장이자 CEO인 빌 도노휴는 척 그래슬리 미국 상원 법사위원장(공화‧아이오와 상원)에게 서한을 보내 과잉 처벌에 이의를 제기했다.
도노휴는 서한에서 법 집행기관이 “친생명 활동가들의 불법 행위를 추적하는 데는 지대한 관심이 있지만, 낙태 권리 운동가들의 불법 행위를 추적하는 데는 관심이 거의 없다”면서 “경미한 법 위반에 대한 이런 식의 과잉 대응은 매우 곤란을 야기하며, 친생명 측이 표적이 됐을 때 법무부의 미흡한 대응과 합쳐질 경우 더욱 곤경에 빠뜨린다”라며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