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정부가 카스트 중 최하층인 달리트(불가촉천민) 기독교인에 대한 차별 철폐 조치를 연기하려 한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에 따르면, 달리트는 2천 년 넘게 인도 힌두교 사회에서 최빈곤층으로 남아 있으며, 카스트의 상위 계층에 속한 힌두교도들에 의해 차별과 가혹 행위에 시달리고 있다. 달리트는 인도 인구의 16.6%인 2억 140만 명을 차지한다.
지난주 인도 정부는 힌두교에서 개종한 달리트 기독교인들의 평등권 요구를 검토하기 위한 2년 임기의 위원회를 구성했다. 그러자 현지 기독교인들은 당국이 차별 철폐를 또다시 연기하려는 조치라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헌법상, 인도는 달리트의 사기 진작을 위해 정부 일자리, 의회, 주의회 및 교육 기관에 대한 고용 할당 및 혜택을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1950년 대통령령은 힌두교가 아닌 종교에는 카스트 계급이 없으므로 특별한 보호가 필요하지 않다고 규정했다.
이후 인도 정부는 할당 제도에 달리트 시크교도와 불교도를 포함시켰으나, 힌두교에서 개종한 기독교인들은 보호 대상에서 제외했다. CP에 따르면, 인도의 3200만 명의 기독교인 중 70%가 달리트에 해당되며, 약 20%가 부족민이다.
2004년 인도 공익 소송센터(Center for Public Interest Litigation)는 특별 보호 대상에서 기독교나 이슬람으로 개종한 달리트를 제외한 1950년 대통령령을 상대로 정부에 청원서를 제출했다.
힌두 신문에 따르면, 18년째 지지부진하던 정부는 지난주 K.G. 발라크리쉬난 전 인도 대법원장이 이끄는 3인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2년간 이 문제를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전국 달리트 기독교인 협의회(National Council of Dalit Christians, NCDC) 담당자인 프랭클린 시저 토마스와 베테랑 언론인이자 인권 운동가인 존 다얄은 정부가 사건을 지연시키려는 조치라고 밝혔다.
다얄은 기독교 박해 감시단체인 세계기독연대(Christian Solidarity Worldwide, CSW)와의 인터뷰에서 “이것은 결정을 무기한 연기하는 영국 시대의 전술”이라며 “상류 카스트 힌두교도에 의한 힌두교 달리트를 학살한 사례가 보여주듯, 카스트 장벽은 시간이 지나도 무너지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토마스는 현지 뉴스 매체인 매터스 인디아(Matters Inidia)와의 인터뷰에서 “소수민족 국가위원회(NCM)와 지정카스트 국가위원회(NCSC)가 대법원에 제출한 진술서는 달리트 출신 기독교인과 무슬림이 처한 곤경이 불가촉천민에 대한 관행에서 생겨난 사회교육적 후진성임을 승인했다”고 했다. 다얄 역시도 이 의견에 동의하며 “이전 정부가 설립한 위원회 및 위원들이 같은 내용을 승인했다”고 덧붙였다.
2007년 5월, 랑가나스 미스라 판사가 이끄는 정부 임명 조사위원회는 1950년 대통령령을 폐지하고, 종교와 관련하여 달리트를 완전히 중립적으로 지정해 보호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이후 NCM 및 NCSC도 달리트 기독교인들의 권리를 요구하고 나섰다.
인도에서 기독교인은 전체 인구의 2.3%에 불과하며 힌두교도가 80% 이상을 차지한다. 하지만 약 12개 주는 기독교인이 힌두교도를 전도할 때 “강제력을 동원” 하거나 “돈으로 매수”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개종 반대법’을 제정, 박해 수단으로 남용하고 있다.
연합기독교포럼(United Christian Forum, UCF)에 따르면, 2021년 인도에서 발생한 기독교 박해는 최소 486건으로 “인도 역사상 가장 폭력적인 해”로 기록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