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저명한 복음주의 기독교 지도자인 프랭클린 그래함 목사가 지난 30일 91세를 일기로 타계한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을 추모했다.
그래함 목사는 3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소련의 마지막 지도자에게 경의를 표하며, 냉전 종식에 중추적인 역할을 한 그의 공로를 인정했다. 보도에 따르면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은 오랜 투병 끝에 30일 저녁 러시아 중앙 임상병원에서 사망했다.
그래함 목사는 고르바초프가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함께 철의 장막을 무너뜨리고 냉전을 종식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며 “레이건 대통령은 서베를린에 서서 ‘고르바초프 씨, 이 벽을 허물죠’라고 말했고, 몇 년 안에 그런 일이 일어났다”고 회상했다.
그래함은 세계적인 복음 전도자였던 부친 고(故) 빌리 그래함 목사가 1987년 백악관에서 고르바초프를 처음 만난 뒤 1991년 소련을 방문했던 경위를 밝혔다.
그래함은 “내 부친은 도덕적 문제와 사회에서 영적 가치의 필요를 논의하고자 크렘린궁에서 그를 방문했다”며 “당시 아버지는 전도학교를 이끌며 설교 준비를 위해 모스크바에 계셨고, 고르바초프에게 러시아의 종교 자유를 지지한 데 대해 감사를 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셨다”고 했다.
그는 부친이 당시 “고르바초프에게 분명 과오가 있다고 느끼셨다. 하지만 러시아 지도자로서 종교의 자유와 관련해 그가 많은 선행을 했다고 믿으셨다”고 전했다.
그래함은 고르바초프가 “냉전을 평화적으로 종식시키기 위한 모든 일과, 러시아 교회들이 자유롭게 예배할 수 있도록 도와준 것에 감사하다”며 “그 지역에서 복음을 위한 놀라운 기회를 열어주었다”고 덧붙였다.
레이건 재단 및 연구소도 성명을 통해 “한때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정적이었던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지도자의 죽음을 애도한다”고 전했다.
성명은 “레이건 대통령이 마침내 염원하던 관계를 가질 기회를 갖게 된 것이 고르바초프 총서기였다. 이는 워싱턴과 모스크바 사이의 긴장 완화와 결국 의미 있는 군비 감축을 가져왔다”고 평가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고르바초프를 "다른 미래의 가능성을 보는 상상력과 이를 실현코자 자신의 경력 전부를 걸 용기가 있는, 놀라운 비전을 가졌던 인물”이라 치하하며 “그의 가족과 친구들, 더 나은 세상에 대한 그의 신념으로 혜택을 본 모든 사람들에게 애도를 표한다”고 전했다.
1931년 남 러시아 캅카스 인근의 마을에서 태어난 고르바초프는 1952년 공식적으로 공산당에 입당, 1980년에 최연소로 소련 공산당 정치국 위원이 되었다.
1985년 소련의 지도자에 오른 그는 개혁(페레스트로이카)과 개방(글라스노스트)을 표방하며 정치 자유화를 도입했다. 그의 이러한 노력은 동유럽 개혁과 소련 해체 등 냉전 종식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1990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