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최초의 여성 시장이 탈레반의 소수 민족 학대를 ‘대량 학살’로 지정할 것을 미국 정부에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달 28일부터 사흘간 워싱턴 DC에서 열린 제2회 국제종교자유 정상회의에서 아프가니스탄 데이쿤디주 닐리 시장을 지낸 아즈라 자파리가 발제자로 나섰다.

자파리는 2008년 아프간 최초의 여성 시장으로 임명되어 2014년까지 직무를 수행했다. 이후 탈레반의 위협을 받은 그녀는 2014년 미국으로 귀화한 뒤 탈레반에 대한 비판과 아프간 여성 인권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자파리는 최근 미국 크리스천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아프간의 종교적 자유와 여성 인권, 그리고 소수 민족인 하자라족(Hazara)이 처한 참상을 고발했다.

하자라족은 주로 아프간 중부에 거주하는 시아파 무슬림이다. 인구 수는 350만여 명이며, 아프간 전체(3893만 명)의 10분의 1에 조금 못 미친다. 이 민족은 오랫동안 국가 기관과 무장 단체들의 표적이 되었고, 역사적으로도 아프간 내 민족 집단 중 가장 차별을 많이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자파리는 인터뷰에서 “탈레반은 언론이 국내 사건을 취재하는 것을 막고자 인터넷을 차단하려고 한다”며 “(하자라족) 가구 중 집단 구성원을 죽인 뒤 추방하는 의도적인 캠페인을 벌여 1400 가구 이상을 난민으로 내몰았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탈레반이 얼굴이나 이름 등으로 하자라족을 구별한 뒤 정체가 드러나면 “즉시 당신을 죽인다. 이는 하자라족에 대한 대량학살”이라며 탈레반의 인터넷 장악으로 인해 “국제사회는 침묵하고 있고 지금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했다.

자파리는 “아프간의 하자라 소수 민족 보호를 위해 미국 정부가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청한다. 이는 실로 대량학살이기 때문”이라며 “하자라족에게 자행된 일을 대량학살로 인정해 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시아파 이슬람교도인 자파리는 수니파 민족주의 세력인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의 소수민족이나 다른 종교에 대한 권리'를 믿지 않는다”며 “그들의 관점에서는 수니파 이슬람교만이 이 국가에서 실행할 유일한 종교”라고 지적했다.

자파리는 2021년 재집권한 탈레반 정권이 2001년 9.11테러 이전에도 “정확히 동일한 통치 모델을 시작했다”면서 “이는 여성뿐만 아니라, 누구도, 특히 종교적 소수자들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탈레반은 남녀 혹은 수니파, 시아파를 막론하고 본질적으로 ‘모든 사람은 동일하다’고 선언한 아프가니스탄 헌법을 거부하고 있다. 이어 탈레반은 아프간에서 힌두교도의 마지막 예배 장소를 폐쇄했으며, 종교적 소수자들이 거리에서 특별 행사를 여는 것을 금지시켰다.

자파리는 또 아프간 내 이슬람 국가(IS)와 탈레반 간의 폭력에 대한 보도가 국제 사회의 관심을 하자라족 대학살이 아닌 다른 사건으로 돌리려는 ‘가짜 뉴스’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두 테러 단체 간의 “작은 갈등”은 “매우 쉽게 해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프가니스탄은 2022년 국제 종교 박해 감시단체 ‘오픈 도어스’가 발표한 ‘세계 기독교 박해 순위’에서 1위에 올랐다. 영국의 박해 감시단체 ‘국제기독연대(ICC)’도 올해 최악의 기독교 박해 국가로 아프간을 지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