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남부 도시 멜리토폴에서 우크라이나계 미국인 목사(50)가 러시아군에 의해 납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가 NBC 뉴스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군인 10여 명은 지난 19일 멜리토폴시에 위치한 생명의 말씀교회(Word of Life Church)의 드미트리 바디우(Dmitry Bodyu) 주교의 집을 급습해 그를 납치했다.

바디우 주교의 가족들은 당시 군인들이 그의 미국 여권과 가족들의 전화기, 기타 전자 물품들을 압수했다고 말했다.

바디우의 아내인 헬렌은 러시아군이 공격적이진 않았다며 남편이 “목사이자 미국 시민이라는 사실을 아는 듯했다”고 밝혔다.

장녀인 바디우 오가와는 “그들이 들어서자마자 ’당신들은 미국 시민인가?’와 같은 질문을 아빠에게 하기 시작했다”면서 “그들이 가장 먼저 했던 질문 중 하나”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빠가 안전하며 집에 돌아올 것이라고 믿고 싶다. 하지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어떤 상태인지 모르고 있고, 아무런 정보를 얻지 못해 계속 걱정된다”고 밝혔다.

내셔널 뉴스는 다음날 러시아 군인들은 다시 바디우의 집을 찾아와, 그의 성경책과 침낭을 달라고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바디우 주교는 17세 때 부모와 함께 구소련에서 미국으로 이민한 뒤 우크라이나로 돌아았다. 그러나 2014년 3월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합병하자 크림 공화국을 떠나 멜리토폴에 정착했다.

지난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되자 그는 주민들에게 자신의 교회로 대피할 것을 촉구했다.

납치되기 전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어떤 식의 도움이 필요하거나, 머물 곳이 없거나, 집에 있는 것이 두렵다면…교회는 열려있다”면서 “벽이 두껍고 견고한 건물이다. 이것이 여러분이 머물 수 있는 이유다. 최대한 공급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하나님의 평강이 여러분 마음에 임하고, 안전하게 지켜주시길 바란다. 주께서 우리를 모든 해로부터 보호해 주시도록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우리 모두 거듭 기도한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종교정보국에 따르면, 바디우 주교를 포함한 멜리토폴에서 러시아군에 포로로 잡힌 사람들은 멜리토폴 지역구 의장인 세르지 프리마(Sergiy Prima), 정치운동가 올가 가이수모바(Olga Gaisumova), 경찰관 드미트리 스토이코프(Dmitry Stoikov)가 있다.

러시아군은 이달 1일 우크라이나의 인구 15만 명의 도시 멜리토폴을 점령했다.

지난주 로이터 통신은 11일 러시아군에 납치됐다가 구출된 이반 페도로프(Ivan fedorov) 멜리토폴 시장이 러시아군 포로 9명과 맞교환돼 풀려났다고 보도했다.

유엔 인권사무소에 따르면,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24일까지 사망한 우크라이나 민간인은 1,035명이며 이 중에는 어린이 90명이 포함됐다. 같은 기간 부상자는 1,650명에 달한다.

유엔은 성명을 통해 “기록된 민간인 사상자 대부분이 중포, 다연장 로켓 시스템의 포격, 미사일 및 공습 등 광범위한 충격 범위를 가진 폭발 무기 사용으로 인해 발생했다”고 전했다.

러시아에서는 소셜 미디어와 언론 매체에 대한 검열이 확산된 가운데, 우크라이나 침공에 반대하는 수천 명의 사람들이 경찰에 체포됐다.

미국의 기독교 지도자 100여 명과 러시아 정교회 대주교와 사제, 보제 284명, 러시아 복음주의 교회 목회자 400여 명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러시아 정교회 성직자들은 지난 1일 공개서한에서 “우크라이나에 있는 우리 형제자매들이 부당한 시련을 당한 것을 애도한다”면서 “최후의 심판이 모든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