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인권조례'가 논란이 되고 있다. 저마다 이름이나 성격을 조금씩 달리하지만, 전국의 제법 많은 지방자치단체(지자체)들에 이런 인권조례가 있다. 앞으로도 비슷한 조례의 제정 시도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많은 기독교인들이 이것에 반대하는 건, 인권조례가 동성애를 비롯한 소위 '성소수자'까지 옹호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인권조례가 왜 이토록 '뜨거운 감자'가 되었을까? 그 법적, 사상적 문제점을 앞장서 고발하고 있는 박성제 변호사(자유와인권연구소)의 생각을 들어봤다.
인권, 보편성·우월성 등 5가지 속성 가져야
그러나 '인권조례'의 인권은 자의적·주관적
-도대체 인권조례가 뭔가?
"언뜻 인권을 보호하는 조례여서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 많은 이들이 그렇게 알고 있다. 그러나 결코 그렇지 않다. 우선 각 조례가 인권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부터 불분명하다.
인권은, 그야말로 인간이라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과연 그런 권리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인류는 인권이 가져야 할 몇 가지 속성을 제시해 왔다. 보편성(절대성)과 도덕성, 근본성, 추상성, 우월성이 그것이다. 이런 것들을 내포하는 것이라야 비로소 인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인종차별은 온 인류가 반대해 왔다. 인권에 반하는 대표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인권조례를 만들려면, 그것이 보호할 여지가 있는, 가령 동성애나 성적 지향 같은 것들이 과연 인권에 해당하는지를 먼저 논의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인권조례는 이런 것에 대한 토론과 합의 없이 제정되고 있다.
따라서 현재 인권조례의 '인권'은 자의적이고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한 마디로 '상대적'이란 의미다. 이런 것은 인권이라 부를 수 없고, 특정 계층 혹은 집단의 이익을 조례로 보호해주겠다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그것을 '인권'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해 놓았을 뿐이다."
사상적 배경은 '억압자 대 피억압자' 이분법
-특정 계층 혹은 집단이란 건 성소수자들을 말하는 건가?
"그렇다. 가장 대표적이다. 하지만 그들만 있는 건 아니다. 인권과 관련된 거의 모든 조례를 검토한 결과, 그 사상적 배경에 '억압자 대 피억압자'라는 이분법이 있다는 걸 발견할 수 있었다. 이를테면 성소수자, 가난한 자, 학생, 여성, 노동자, 난민 등은 피억압자다. 반대로 성다수자, 부자, 교사, 남성, 고용자, 국민 등은 억압자다.
그러나 인권의 개념을 이런 식으로 단순하게 도식화 하면, 자칫 또 다른 인권 침해를 불러 올 수 있다. 억압자로 규정된 이들에겐 마치 인권이 없는 것처럼, 그들을 역차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사회엔 서로 상호작용하는 다양한 이들이 있다. 그런 수많은 관계 속에서 우리 각자는 억압자일 때도, 피억압자일 때도 있다. 어찌 그저 둘로 나눌 수 있단 말인가.
학생인권조례로 인해 학생 지도에 어려움을 토로하는 교사들을 많이 보았다. 그럴 때마다 스승과 제자가 있어야 할 학교에 억압자와 피억압자만 남게 된 것 같아 마음이 매우 슬펐다."
-그래도 약자들은 보호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들을 보호하지 말자는 게 아니다. 인권에 대한 잘못된 정의로 성급하게 조례를 만들어 진정한 인권이 아닌 단지 방종을 부추길 위험과, 역차별의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이다."
지자체, 인권조례 만들 자격 있나?
-현재 인권조례엔 또 어떤 문제들이 있나?
"무엇보다 지자체가 인권에 관한 조례를 제정할 권한 자체를 갖는다고 보지 않는다. 지자체의 사무범위를 규정한 지방자치법 제9조는 별도로 인권을 자치사무로 명시하지 않고 있고, 같은 법 제11조는 따로 법률이 규정하지 않는 이상, 지자체가 '국가사무'는 처리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외교, 국방, 사법(司法), 국세 등 국가의 존립에 필요한 사무'(제11조 제1항) 등이다.
지자체가 국가사무를 처리할 수 없다면, 인권조례도 만들 수 없다는 게 내 판단이다. 물론 제11조에 인권은 들어있지 않지만, 인권이 국가사무라는 건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다. 앞서도 강조했지만 인권의 가장 중요한 속성 중 하나가 보편성이다. 모든 국민에게 동일하게 적용돼야 할 인권이 지자체의 사무라는 건 말이 안 된다. 전 국토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은 국가사무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도 있다. 헌법도 제10조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는 말로 이를 분명히 하고 있다."
▲얼마 전 부천에서 열렸던 「부천시 문화다양성 조례」 제정 반대 퍼레이드. ⓒ크리스천투데이 DB |
차별금지법, 종교의 자유 흔들 것
가정 무너지면 국가는 '빅 브라더'로
-그런데도 왜 지자체들이 인권조례를 제(개)정하나?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권고한 영향이 크다고 본다. 인권위는 지난 2012년 '인권 기본조례 표준안'을 마련하고, 각 지자체의 장에게 인권 기본조례의 제·개정을 권고했었다."
-인권위가 그렇게 권고한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추측하나?
"최종 목표는 차별금지법 제정일 것이다. 지자체마다 인권조례가 있으면, 그만큼 분위기 조성이 쉬울 테니까. 지금도 인권위법 제2조 제3항은 '성적 지향'을 이유로 차별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인권위법엔 이를 강제하거나 위반했을 경우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은 없다. 그러나 만약 특별형법의 하나로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그것이 가능할 수 있다. 최근 한동대나 숭실대의 경우, 지금이야 권고 정도로 끝나지만, 차별금지법이 있으면 그 땐 공권력이 개입할 수도 있다. 종교의 자유와 정교분리 원칙이 심각하게 흔들리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인권, 차별, 혐오 등의 표현은 사실 매우 주관적이지 않나?
"그래서 많은 헌법학자들은 그와 관련된 법이 제정될 경우, 위헌 시비가 생길 것이라고 전망한다. '혐오'와 같은 인간 내면의 감정을 법으로 규제할 수 없다는 점 때문이다. 이미 존재하는 '모욕죄'조차 그런 이유로 오랫동안 논란이 되어 왔다."
-각종 인권 관련 조례나 차별금지법 제정과 같은 일련의 시도의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일까?
"결국 가정 해체라고 생각한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네오 마르크시즘에 기초한 가정 파괴다. 양성과 이성애의 근간을 허물고, 낙태를 허용하며, 급진적 페미니즘으로 남녀 갈등을 조장하고,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순결보다 '성적 자기결정권'을 가르치면 끝내 가정은 무너지고 말 것이다.
그럼 그 빈 자리는 국가가 채우게 된다. 가정이 했던 사소한 일들에까지 국가의 손길이 미쳐야 한다. 국가는 '빅 브라더'가 될 것이다. 어떤 이들은 그래야만 마르크스가 꿈꾸었던 유토피아적 사회가 될 것이라 믿겠지만, 역사는 그것이 전체주의로 나아갔음을 보여주었다."
기독 정치인들, 신앙 양심에 귀 기울이길
-기독교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가정을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소중한 것으로 여기는 기독교만이 여기에 저항할 수 있다. 우선 기독교 신앙을 가진 국회의원들만이라도 정치적 당리당략보다 신앙의 양심에 귀를 기울였으면 좋겠다. 법을 만드는 자리에 있는 그들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 그들이 인권조례의 위험성을 미리 알았다면 아마 대부분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잘 모른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끝으로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아무리 현실이 어려워도 결국 이 역사는 하나님의 섭리 안에 있다는 것이다. 기독교인들이 이런 믿음을 가지고 각자의 자리에서 영적 전쟁을 치렀으면 한다. 전쟁은 하나님께 속했다는 걸 잊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