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정권이 주민들을 처형하고 암매장한 북한 내 장소들이 구체적으로 공개됐다.
국제인권단체 전환기정의워킹그룹(Transitional Justice Working Group, 이하 TJWG)은 11일 '살해 당한 사람들을 위한 매핑: 북한정권의 처형과 암매장'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TJWG는 지난 4년여 동안 탈북민 610명을 인터뷰해 구축한 데이터를 토대로, 323곳을 처형이 이뤄진 장소로 지목했다.
공개처형 장소 323건 중 318건은 정보 출처의 신빙성이 높고 위치좌표를 확인한 곳들이다. 267건(83%)이 함경북도(200건)와 양강도(67건)에 몰려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공개처형 장소들 중 한 번에 10명 이상의 공개처형에 관한 정보는 19건이었다.
공개처형은 강가, 공터, 밭, 시장, 언덕, 산비탈, 경기장, 학교 운동장 등 공개된 넒은 장소에서 벌어진 경향을 보였다. 모인 사람들의 규모에 대해서는 다양한 진술이 있었는데, 수 백 명 정도가 가장 많았고, 상당수 참여자는 천 명 이상 규모로 묘사하기도 하였다.
암매장하거나 불태운 위치 등 시체 처리 장소에 관해서는 25곳을 확보했다. 2구 이상의 시체를 함께 암매장한 곳으로 지목한 경우는 7곳이었다.
처형 사례에서 북한 당국이 적용한 죄목으로 가장 많이 언급된 것은 살인 또는 살인미수죄였고, 다음으로 동(구리) 훔친 죄, 인신매매죄, 소 훔친 죄, 지방재산 훔친 죄, 국가재산 절도, 비법적 거래 등 경제적 이유였다.
사형 적용 죄목들을 통합 재분류하면, 절도 및 재산 침해죄가 가장 많고, 폭력죄, 정치적 죄, 인신매매죄, 기타 경제적 죄로 나타났다.
TJWG 측은 "그러나 북한 사법체계에서는 정당한 재판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에 유의해야 한다"며 "그러므로 북한 당국이 처형 이유로 든 죄목들을 실제 피고가 저지른 것인지는 확인이 어렵다"고 밝혔다.
또 "2013년과 2014년에는 보안원들이 공항에서 쓰는 것과 유사한 휴대용 보안검색기로 공개처형 참관자들의 몸을 수색하고, 처형 장면을 촬영하지 못하도록 전화기를 탐지해 임시 압수했다는 진술들이 있었다"고 보고했다.
▲공개처형 사건 정보. ⓒTJWG 제공 |
TJWG 측은 "거의 모든 공개처형 직전에 현장에서 약식 '재판'이 열렸고, 혐의자를 거의 '반 죽음' 상태로 끌고 나왔으며, 변호인의 조력 없이 혐의와 판결이 낭독됐다"고 폭로했다.
병행 설문 응답자의 83%는 북한에서 살던 중 공개처형을 목격했고, 53%는 북한 당국의 강제로 한 번 이상 공개처형을 보게 됐다고 답했다. 공개처형을 목격한 가장 어린 나이는 7세였다.
또 응답자의 16%는 북한 정권에 살해되거나 처형된 가족이 있다고 했으며, 27%는 정권에 의해 강제실종된 가족 구성원이 있고, 그 중 83%가 여전히 생사나 소재를 알 수 없는 상태다.
전체의 92%는 북한에 전환(레짐 체인지)이 이루어지면 피해자의 신원을 밝히거나 가족들에게 유해를 돌려주기 위해 또는 인권침해 진상을 밝히기 위해 시체 매장지 발굴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사에 응한 탈북민들은 "북한 정권의 살해와 시체 처리장소들을 밝히는 일은, 북한정권의 책임을 추궁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죽은 사람도 사람이기에, 유해를 찾아 유가족들에게 돌려주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