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 13주년을 맞아 미국 전역에서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행사가 열릴 예정인 가운데, 테러 공격으로 무너진 뉴욕 세계무역센터(WTC) 건물의 터 위에 세워진 9.11 테러 추모관에서도 어김없이 이 곳에 잠든 3천여 명을 애도하는 행사가 열린다. 올해도 추모관에서 아픈 기억을 되새겨야 할 미국 시민들의 목소리를 크리스천포스트가 10일(현지시간) 전했다.
지난 4일 동안 희생자들의 이름이 새겨진 동판을 닦고 윤을 내는 일을 해 왔다고 밝힌 이곳 직원 로버트 피콕(26)은 "테러가 일어났을 당시만 해도 나는 너무 어렸기 때문에 이 세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며,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그것이 테러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동판에 각인된 마지막 이름을 닦았던 순간의 느낌을 잊을 수 없다고 전했다. "이 모든 이름들을 닦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죽었는지 되새기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힘들어진다"고 그는 말했다. 그러나 그는 "그래도 내가 이 기념관을 보살피고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고도 밝혔다.
피콕은 테러 공격으로 당시 자신이 속해 있던 풋볼팀의 코치가 사망했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그 때 TV를 보고 있었고 실종자 명단에 그의 이름이 나오는 것을 봤다. 그 순간 나는 그가 테러 공격으로 인해 살해를 당한 것임을 깨달았다"고 회상했다. "뉴욕 미들 빌리지의 주니퍼 밸리 파크에는 그를 기념하는 나무가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현지시간으로 11일이 되면 피콕은 그날 봤던 테러의 장면을 아마도 TV 방송을 통해서 또 다시 보게 될 것이다.
9.11 테러 추모관을 방문해 희생자들에게 헌정된 공간인 인공 폭포인 '리플렉팅 풀(reflecting pool)'을 걷다 보면 가족들과 지인들이 숨진 이들을 위해 가져다 놓은 꽃과 사진, 인형 등의 물건들을 볼 수 있다. 수많은 이들이 자신들이 사랑했던 이들을 기억하며 이곳을 찾고 있으며, 방문객들 역시 추모관을 방문해 고인들에게 애도를 표하고 슬픔을 함께 나누고 있다.
미네소타 주에서 이날 마침 뉴욕으로 출장을 왔다 추모관에 들른 리자 그레이픈틴은 "이곳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며, "이곳의 분위기는 아름답고 평화롭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9.11 테러에 대한 기억을 미국인 모두가 잊어서는 안된다며, "우리가 살면서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지 잊지 말아야 할 것들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레이픈틴은 "테러가 일어났을 때 나는 일하고 있었고 소식을 들었을 때는 충격과 슬픔과 함께 미국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에 대한 회의를 느꼈다"고 밝혔다. 그는 매년 9월 11일을 가족들과 함께 기념하고 있다고 밝히며, "매년 TV 같은 데서 관련된 방송을 한다. 나는 테러 이후에 태어난 내 아이들과 함께 방송을 본다. 일종의 가족 행사다. 우리 아이들도 이 테러에 대해서 알길 바라고 기억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테러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지는 않았지만, 이날을 생각하면 여전히 슬픔이 몰려온다고 전했다. "금방 배터리 파크를 지나면서 뉴욕 경찰국에서 '갓 블레스 아메리카(God Bless America)'를 부르는 모습을 봤다. 눈물이 흘러나왔다."
9.11 테러 당시 구조 작업에 임했던 전 뉴욕 소방대원인 크리스 코너는 "당시 미국 국민들 모두에게서 말로 다할 수 없는 응원을 받았다"면서, "특히 가장 고마웠던 것은 많은 사람들의 기도였다"고 전했다.
코너는 또한 당시 전역에서 자원해서 달려왔던 봉사자들과 지원을 잊을 수가 없다며, "사람들은 우리에게 옷과 음식을 보내줬으며 기도를 전해줬다. 모두 내가 한 번도 만난 적도 없는 사람들이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