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뿌리와 같은 존재이다.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지만 자녀들이 마음껏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끊임없이 영양분을 공급하고, 때때로 불어 닥치는 풍파 속에서 쓰러지지 않도록 꿋꿋이 지탱해주는 일을 한다. 뿌리가 얕거나 건강하지 않다면 눈에 보이는 꽃이나 열매는 금방 시들해 지고 결국 죽는 것이 당연한 이치다. 오늘날 사회가 혼란스럽게 가정이 흔들리는 것은 어쩌면 뿌리와 같은 어머니들이 건강하지 못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망각하고 살기 때문이 아닐까?
"이민생활 속에서 어느 날 가만히 주변의 어머니들을 보니 너무 침체돼 있고 자기의 빛을 발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게 됐어요. 어머니들은 뿌리와 같아서 가정을 지키는 것도 사실은 어머니이고, 생명을 품는 존재가 어머니인데 이 시대가 어머니로서의 정체성을 망각하게 하고 스스로도 잊고 살고 있더라고요. 1995년 한국에 IMF가 터지면서 시작된 '나라사랑어머니회'에 동참하면서 나는 혼자 나라를 위해 애썼지만 지역사회 어머니들은 정작 돌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민사회에서 먼 훗날 아이들이 한국인의 정체성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심어줄 사람은 어머니들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2000년부터 애틀랜타에서 '사랑의 어머니회'를 시작하게 됐죠."
매달 마지막 주 목요일 오후 5시, 실로암한인교회(담임 신윤일 목사)에서 건강하고 아름다운 모임을 갖고 있는 '사랑의 어머니회' 박경자 회장을 만났다. 사모이기도 한 박경자 회장은 그러나 사랑의 어머니회는 종교를 초월해 '어머니'라면 누구나 참여해 어머니로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되새기고, 자녀교육과 양육에 대한 노하우와 경험을 나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13년간 사랑의 어머니회는 지역사회의 크고 작은 일에 늘 함께 했다. 박수를 받는 일뿐만 아니라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고 팔을 벗고 나섰기 때문에 혹자는 사랑의 어머니회를 봉사단체로 아는 경우도 적지 않다. 내 자식을 사랑하는 만큼 남의 자식을 위한 일에도 나섰고, 어렵고 아픈 이웃을 돌보는 일에도 '치맛바람'을 일으켰다.
"매번 모일 때마다 정체성만 이야기 할 순 없잖아요?(웃음). 이웃이 굶고 있으면 먹을 것을 주고, 한국 출신 입양아들이 모인다고 이들 역시 한국 아이들이란 생각으로 가서 음식도 해주고 한국 엄마들의 얼굴도 보여주고, 누군가 아프면 가서 보살펴 주고....이민사회에서 궂은 일, 좋은 일에는 항상 사랑의 어머니회가 있었어요. 가슴 따뜻하고 푸근한 어머니들의 모임이니까요. 그렇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바로 어머니라는 것, 이것을 서로 인식시켜주고 확인시켜주고 격려해주는 것입니다. 이민사회가 경제적으로는 자리잡아 가지만 더 큰 문제들이 생기는 것은 '어머니 사랑의 부재(不在)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어머니의 사랑'이 사랑의 어머니회를 통해 드러나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박경자 회장은 젊은 엄마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했다. 사랑의 어머니회를 시작할 때만 해도 50이 못된 나이였지만, 이제 모든 자녀들을 출가시키고 손주들까지 있는 '할머니'가 됐다는 그녀는 "세월이 지나고 보니 자녀들을 키우면서 잘 몰라서, 혹은 여유가 없어서 실수한 부분들이 참 많아요. 그런 경험들을 젊은 엄마들에게 나눠주고 싶어요. 지난번 추석 모임에는 어린 꼬마부터 100세 할머니까지 5대가 모이는 아름다운 시간이었습니다. 애틀랜타 어디에도 이런 모임은 없어요. 사랑의 어머니회이기 때문에 가능하고, 앞으로도 세대와 세대를 아우르는 그런 모임이 되고 싶습니다"라는 소망을 내비쳤다.
사랑의 어머니회는 매달 좋은 강사들을 초청해 자녀 교육과 이민생활 등을 주제로 수준 높은 강의를 이어가고 있으며, 시기에 따라 야유회와 봉사활동 등을 하기도 한다. 사랑의 어머니회 참여에 대한 문의는 770-938-9461 johnyoungpark1@a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