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트하우스선교회 대표 박광철 목사
(Photo : 기독일보) 솔트하우스선교회 대표 박광철 목사

1) 성숙을 향한 의지의 부족

우리는 스코틀랜드의 작가인 J. M. Barrie가 1911년에 쓴 흥미로운 작품인 "피터 팬"에 대해서 많이 듣고 읽어서 잘 안다. 나도 어릴 적에 그 만화와 영화를 보면서 얼마나 재미있어 했는지 기억한다. 그는 나이가 먹으면서도 자라는 것을 거부하여 아이들처럼 행동하고 네버랜드를 중심으로 모험을 즐긴다. 피터 팬이 신체적으로는 나이가 들어 어른이 되었지만 정신적으로는 아이의 수준에 머무는 것이다. 성장하여 어른이 되면 가정과 사회에서 많은 책임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 너무 부담스런 인생을 살아야 하기에 스스로 성숙하기를 거부하는 것에 관한 이야기인데 피터 팬 이야기를 만화와 영화로 보기에는 흥미롭지만 만일 그것이 우리의 실제 삶에서 일어난다면 결코 달갑지 않으며 오히려 비극적일 수 밖에 없다.

하나님이 일에는 방관자나 무지한 자 또는 무능하고 미숙한 자가 아니라 훈련되고 준비된 성숙한 일꾼들이 더 많이 요구된다. 간단하고 쉽고 편한 길만 택하려고 하지 않고 비록 험하고 거칠고 어려워서 많은 이들이 피하려고 하지만 그것이 주님이 원하시는 것이라면 담대하게 나서는 사역자들이 더 필요하다. 복음을 전하고 모든 족속을 제자로 삼는 일은 결코 신나게 즐기는 일이 아닐 수 있다. 오히려 힘겹고 많은 수고를 요구하는 것이지만 하나님 앞에서는 참으로 값진 일이다. 물론 그 일은 하나님이 가장 기뻐하시는 보람되고 의미 있는 일이지만 그것을 위해서 많은 이들이 선교사와 전도자 또는 생활인으로서 전심으로 헌신하여 갖은 수고를 무릅쓰고 사역의 현장에 나서고 있다. 힘겹고 위험한 현실이 앞에 있을지라도 영적으로 성숙해지기를 결코 거부하지 말 것이다.

2) 하나님의 말씀의 훈련 부족

아프리카와 중남미 여러 나라와 동남 아시아를 선교 여행하면서 내가 다시 확인한 것은 그런 지역의 많은 사역자와 목사들이 정규적인 신학과 성경 훈련을 받지 않은 채로 목회하고 선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전도자가 되기 위해서 반드시 신학 교육을 받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그들 다수가 특별한 치유의 체험이나 환상을 보았든지 또는 주의 음성을 듣거나 기적을 보면서 예수를 믿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 중에 성경을 체계적으로 배워서 신앙의 토대가 견고한 이들도 많지만 안타깝게도 대다수가 그렇지 못한 상황이다. 그저 자기의 신비한 체험을 토대로 하여 회심하게 된 후에 열심히 전도하지만 기초가 아주 빈약했다.

인도의 히말라야 지역을 방문하여 인근 지역의 전도자들을 위한 특별 교육을 한 적이 있다. 인도의 콜카타에서 몇 시간 떨어진 히말라야 산지에서 가진 모임인데 인근의 부탄과 네팔에서 약 120 명의 남녀 전도자들이 모였다. 섭씨 45 도쯤 되는 뜨거운 날씨와 높은 습도에도 불구하고 성경을 열심히 배우는 모습이 나에게는 도전적이었다. 나는 그들이 신학교나 성경 학교도 없는 곳에서 어떻게 예수를 믿게 되었는지 궁금하여 몇 참석자들에게 신앙 간증을 요청했다. 예상한 대로 그들 대부분은 무서운 질병에서 고침을 받았거나 꿈 속에서 주의 음성을 들었다고 하고 또 환상 가운데 예수님을 보았는데 "너는 내게로 오라"고 말씀했다는 것이다.

그들이 개인적으로 직접 체험한 것이기 때문에 아무도 그것을 부인할 수 없다. 그렇지만 그런 신비 체험에서 영적 수준이 그치면 어떤 상황에서는 신앙이 쉽게 흔들리고 무너지고 특히 이단 집단의 감언이설에 끌리기 쉽다는 사실이다. 체험은 늘 반복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것이 신앙의 근거가 되면 대단히 빈약하고 허술할 수 밖에 없다. 그 가운에 일부 사람들은 신비 체험 후부터 성경을 읽기 시작하여 믿음의 기초가 생기기도 했지만 여전히 그런 신비 체험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수준에 머무는 것을 보았다. 나는 그곳에 여러 날을 머물면서 그들에게 복음의 기초부터 쉽게 가르치고 확인했다.

서부 아프리카의 몇몇 나라에서 여러 해 동안 사역하는 한인 선교사들의 말에 의하면 그곳 목회자들 중에 성경을 제대로 읽거나 배운 사람들이 약 10 %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곳 선교사들은 현지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하여 정기적으로 성경의 기본 교리를 가르치고 있다.

아프리카의 어느 나라를 방문했을 때에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어느 주일에 현지인 교회에서 설교를 하게 되어서 예배 시각에 맞춰서 예배당에 도착했다. 예정 시각보다 조금 늦게 드디어 찬양이 시작되었는데 놀랍게도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온 몸을 흔들며 찬양을 하는 것이다. 열정적으로 작은 북을 두드리며 혼신을 다해서 찬양하는 모습이 훌륭했다. 그런데 그것을 잠시 하는 것이 아니라 거의 두 시간을 그렇게 찬양했다. "그러면 설교는 언제 하고 이 예배는 언제 끝날 것인가?"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드디어 통역을 통해서 비교적 짧은 설교를 했는데 설교를 마치니 다시 찬양이 시작되었다. 또 거의 한 시간 동안 열정적으로 찬양하고 헌금 시간에는 강단 앞에 놓인 헌금함을 향해서 온 교인이 줄 서서 춤추며 나와서 헌금을 넣는 것이다. 어른과 아이가 모두 가져온 것을 드리는데 어떤 교인은 봉투에 든 설탕을 드리고 어떤 사람은 다른 먹을 것을 바치는 것도 보았다. "뜨거운" 찬양이 있는 예배였지만 하나님의 말씀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다시 실감했다.

그러면 어떤 방식으로 목사가 되었는지 궁금했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심지어 일반 교인들 중에서 성경에 대해서 비교적 많이 아는 이가 있으면 교인들이 서로 목사가 되라고 격려하고 그런 식으로 목사가 된 사람들이 여럿이라고 하는 것이다. 목회자가 되는 훈련이나 교육이 전무한 상태에서 매 주일 설교를 하려니 "전할 말씀"이 없어서 주로 자기 개인 간증이나 늘 하던 말을 반복한다고 한다.

내가 자주 방문하여 가르치고 설교하는 도미니카 공화국의 경우에도 정규적인 신학 공부를 하지 못한 목회자들이 많기 때문에 한인 선교사들이 그들을 위하여 신학교를 운영하고 또 여러 번에 걸쳐서 특별 세미나를 열어 목회 사역에 도움을 주고 있다. 그들은 성경을 어떻게 읽고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교육도 없이 매 주일 어떻게 무엇을 설교할 것인가? 성경을 자기 마음대로 해석하여 아전인수격으로 전하는 것은 아닌지? 사역자들에게 있어서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을 더 깊이 배우고 알아 성도를 가르쳐야 할 필요성을 다시 깊이 깨닫는다.

3) 세속적인 탐닉

신앙 성숙을 저해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일부 전도자들 중에는 엄청난 재산과 함께 유명세를 날리는 이들이 있다. 항상 이곳 저곳에서 강사로 초청받아 설교하고 빈번하게 텔레비전에 등장하기 때문에 잘 알려진 사람들이다. 유창한 언변과 화려한 몸짓으로 사람들을 모으며 청중을 웃기고 울리면서 자기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다. 그러나 기억할 것은 그들이 설교를 잘 하고 유명하다고 해서 반드시 영적으로 성숙한 전도자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적지 않은 경우에 설교의 결론은 헌금을 많이 하라는 것이거나 믿음이 없어서 복을 받지 못하니 더욱 헌신적으로 바치라는 경우도 보았다. 그것은 세상적인 탐욕과 탐닉인 것이다.

미국의 어느 유명한 목사는 방송 설교자로서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렸지만 부도덕한 일에 휩싸여서 결국 수치스럽게 강단을 떠나야 했다. 나는 그런 일이 있기 전에 텔레비전을 통해서 그의 열정적인 설교를 듣고 많은 감동과 도전을 받았었는데 사건이 터지고 얼마 후에 그가 다시 나타나서 여러 가지로 자신의 입장을 말하고 변명하는 것을 보았다. 그렇지만 나는 그에게서 하나님의 영이 떠나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메시지가 전혀 은혜가 되지 않는 것이다. 미국 시카고의 어느 유명한 목사도 많은 책을 집필하고 한국에도 잘 알려졌지만 스캔들에 휘몰려서 결국 교회를 떠나야 했다. 그가 간단하게 주장하고 책으로 외친 말들은 다 어디로 갔는가?

그러므로 영적으로 성숙한 사람이라도 그것을 경건한 신앙으로 지키지 못하면 한 순간에 범죄의 나락으로 떨어진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영적 성숙성은 영원히 지속되는 그런 "면역"과 같은 것이 아니다. 나는 유명한 것이나 이른 바 높은 직위에 있다고 해서 반드시 영성이 깊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목회자들도 세상적인 탐욕에 빠지면 영성에 흠이 되며 영혼을 살리는 일이 아니라 돈을 벌고 이름을 날리고 자신을 드러내는 일에 몰두하게 되는 것이다. 마치 30 년 또는 그 이상 오랫동안 안전 운전을 하여 이른 바 모범 운전자가 되었다고 해도 한 순간에 치명적인 교통 사고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한다. 늘 깨어서 근신하지 않으면 순간에 넘어지고 쓰러진다.

평생 정직하고 투명한 삶을 산 것으로 알려진 빌리 그래함 박사가 평생 마음에 간직하고 살았다는 성경 구절이 생각난다. 즉 "그러나 내게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외에 결코 자랑할 것이 없으니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세상이 나를 대하여 십자가에 못 박히고 내가 또한 세상을 대하여 그러하니라" (갈 6:14). 그는 어느 곳에서 설교하든지 항상 마무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위하여 바른 결단을 내리도록 촉구하는 것이다. 그리고 결단한 사람들에 관한 정보를 지역 교회들에게 보내서 신앙 훈련을 실시하도록 돕는다. 그러므로 세상에 매몰되지 않고 사도 바울의 고백처럼 부한 데도 처할 줄 알고 빈한 데도 처할 줄 알아 범사에 만족하는 것을 배워야 한다 (빌 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