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수 목사
(Photo : 기독일보) 이준수 목사

얼마 전 집에서 사용하는 전동휠체어의 배터리를 교체하였다. 지난 2020년 중반에 배터리를 바꿨는데 수명이 2년도 못 갔다. 휠체어가 장거리용이 아닌데다가 내가 척추신경병원과 한의원 등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다보니 배터리가 금방 소모되는 것 같다.

배터리 가격도 만만치 않은데 다행히 내 휠체어를 전문적으로 고쳐주시는 분이 계셔 저렴한 가격에 교체할 수 있었다. 'Mike'라는 60대 백인 아저씨로 한쪽 손이 없는 지체장애인이다. 젊은 시절 사고로 오른손을 잃은 후 1990년부터 헌팅턴비치에서 휠체어 수리점을 운영해오고 있다고 한다. 나는 2017년부터 그분께 휠체어 수리를 맡겼는데 내가 연락을 하면 우리 집까지 방문해 너무나 정성껏 고쳐주신다.

한쪽 손만으로 어떻게 그리 정교하게 공구를 다뤄 깔끔하게 고쳐내는지 감탄이 절로 나온다. 실력은 참으로 능수능란하지만 아무래도 몸이 불편하다 보니 이리저리 자세를 바꿔가며, 심지어 땅바닥에 완전히 엎드려서 휠체어를 고치는데 얼굴에 땀이 비 오듯 쏟아지고 티셔츠가 펑 젖는다. 남의 휠체어 하나 고치기 위해 이토록 애쓰는 모습에 나 역시 감정이입이 되고 동질감이 느껴져 눈시울이 붉어진다.

이처럼 최선을 다해 휠체어를 고쳐주는 것만도 감사한 일인데, 수리비까지 저렴하게 받는다. 휠체어를 수리하다 보면 터무니없이 바가지를 씌우는 업자들도 많은데, Mike는 항상 고객의 입장을 먼저 생각해 부품도 싸고 좋은 것을 추천해주며 서비스 charge도 최저로 받곤 한다. 이번에 배터리를 교체할 때도 보통 배터리 값만 200불이 넘는데, 자기한테 항상 수리를 부탁해 고맙다고 하면서 배터리 가격, 수리비까지 모두 180불에 해주었다. 내가 팁을 좀 더 주려고 하니 서비스 차지만으로 충분하다며 끝내 받지 않았다.

이토록 성실하고 양심적인 모습에 다른 고객들도 감동을 받았는지 Yelp에 보면 그에 대한 칭찬이 자자하고 내 휠체어를 고치는 동안에도 수리 요청 전화가 끊이지 않는다. 비록 몸에 장애가 있어도 항상 성실히 최선을 다 하는 삶을 살며 자신의 고통을 넘어 남에게 도움이 되고자 노력한다면 하나님뿐 아니라 세상 사람들로부터도 인정과 존중을 받는다는 사실을 Mike를 통해 다시금 깨닫는다.

전동휠체어의 배터리를 교체하며 얻는 교훈이 한 가지 더 있다. 휠체어뿐 아니라 스마트폰, 태블릿 등 포터블 기기를 충전할 때 배터리 용량이 어느 정도 남은 상태에서 충전하면 배터리 수명이 자꾸 단축되어 오래 쓰지 못한다. 우리는 배터리가 금방 닳을까 봐 좀 더 오래 쓰기 위해 자주 충전하지만 이것이 오히려 배터리에게는 좋지 않다. 배터리 용량을 완전히 소모시켜 거의 0%일 때 충전을 시작해야 충전 속도도 빠르고 장시간 사용할 수 있다.

우리의 신앙생활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진정 하나님께 은혜를 입고 쓰임 받기 위해서는 우리가 가진 것을 모두 내려놓고 자신을 완전히 비워야 한다. 조금이라도 내 안에 자존심이나 자기 의, 세상적 욕심 같은 것이 남아있으면 하나님으로부터 온전히 사용되어질 수 없다. 세상으로부터 인정받고 싶고 조금이라도 잘나 보이고 싶어 부족한 것들을 계속 채우려 하지만 오히려 이런 것들이 우리를 하나님으로부터는 멀어지게 하는 것이다. 나에게 있는 것이라곤 오직 더러운 죄밖에 없고 어떤 의로움이나 거룩함도 갖고 있지 않다고 겸손히 고백하며 하나님의 용서와 자비를 구할 때 우리는 진정 하늘의 능력과 지혜를 입어 우리 자신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것보다 수 십 배, 수 백 배 더 크고 위대한 일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글 | 이준수 목사 (남가주밀알선교단 영성문화사역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