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적 대통령제' 꼬집어 

이영훈 목사가 제21대 대선을 앞두고 기독교인들의 책임과 역할을 강조했다. 이 목사는 21일 오전 7시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열린 '2022 한국교회 부활절 연합예배' 제1차 준비기도회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이라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이 목사는 "모든 역사의 흐름 속에서 기독교인들이 중요한 역할을 감당했는데, 내리막길이 시작된 것이 1988년 올림픽"이라며 "이후 풍요로움에 갇히고 교권주의 물량주의에 빠져, 자신의 복이 하나님께서 주신 것임을 깨닫지 못하고 너도나도 자기 왕국을 세우는 바람에, 모든 영적 복을 잃어버리고 사회의 지탄을 받는 대상이 되었다"고 꼬집었다.

진흙탕 대선을 두고 기도를 요청한 그는 "한국교회가 회개하고 다시 일어나야 할 때다. 모든 책임이 우리에게 있음을 깨닫고 용서를 구하자"며 특히 "역대 가장 추한 모습의 대선 정국이 된 것도, 1천만 기독교인들이 바른 목소리를 내지 못해서 그런 것"이라고 했다.

이어 "대선 후보들이 상대를 덕담으로 칭찬해 주면 얼마나 좋겠는가. '저쪽 후보도 좋은 분인데 제가 조금 더 좋으니 뽑아 달라'고 하면 얼마나 격이 높아지겠는가"라며 "서로 끌어내리기에 정신이 없다. 부끄러운 모습"이라고 했다.

이어 "그러나 이것이 또 하나의 기회인지 모른다. 기독교인이 먼저 철저히 회개하고 하나님 앞에 바로서서, 이번에 하나님을 기뻐하시는 지도자, 국민을 하나로 만드는 지도자가 세워지고, 다시는 이 땅에 편가르기가 없고 지역감정, 진보-보수의 갈등, 이념 전쟁,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갈등이 없게 해 달라고 ,주님 앞에 깨어지고 낮아져서 하나되게 힘쓰는 우리가 되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이 목사는 "높아지려고만 하기 때문에 이 땅이 이렇게 무너진 것이다. 너도나도 낮아져서 섬기는 자리로 갔다면 우리는 절망을 이야기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성탄절 어려운 이들을 돌보는 일에 반짝 관심을 갖지만, 그것이 1년에 몇 번 이벤트성으로 보여 주는 일이 돼선 안 된다"고 했다.

서울시와 갈등을 겪은 청량리 '밥퍼' 다일공동체(대표 최일도 목사)의 무료급식 사역을 언급한 그는 "제가 두 차례 같이 참여해 봤는데 (급식을 받으려는) 줄이 끊이지 않았다. 200~300여 명 오던 노숙인들이 지금은 기본 1천 명이 넘는다. 나눠 주고 나눠 줘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그게 우리의 현실"이라고 했다.

이어 "대선후보들이 참여했다면 좋았겠지만, 양쪽에 알렸는데도 모두 침묵했다. 권력의 정점에 있는 분들이 섬김의 본을 얻지 않고 어떻게 권력을 유지할 수 있겠는가. 진정한 권력은 예수님께서 낮아지시고 섬기심으로 온 세상을 얻으신 것과 같이 해야 한다"고 했다.

2022부활절연합예배
▲류영모 한교총 대표회장이 축도하고 있다. ⓒ송경호 기자
2022 부활절연합예배 준비기도회
▲(왼쪽부터 순서대로)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 더불어민주당 김회재 의원,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가 기도하고 있다. ⓒ송경호 기자

이 목사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와 같은 사랑과 희생, 섬기는 낮아짐이다. 자리다툼만 하고 누리려고만 하고 힘없는 사람을 밟고 무시하는 풍조는 이 땅에서 뿌리 뽑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부활절예배를 준비하며, 예수님 가신 길을 좇아야 한다. 그것이 한국교회가 살고 존경심을 회복할 유일한 길이자 우리 대한민국이 사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다시 한 번 대선을 위해 기도를 요청한 이 목사는 "임기 중에 권력을 남용하지 않고 자기를 엎드려 섬기는 지도자가 세워지게 해 달라.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바꾸자. 대통령이 입법, 사법, 행정 모두 관여하기 때문에 나라가 망해가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류영모 대회장(한교총 대표회장, 예장 통합)은 준비기도회 후 임시회의에서 올해 중첩된 업무들의 과중함을 사유로 대회장직 사임을 표했고, 이에 준비위는 예성 총회장 이상문 목사를 신임 대회장에 만장일치로 추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