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교 못해도, 순교자 잊는 잘못 범해선 안 돼
통일의 날, 北 묻힌 목사님 유해 찾을 수 있길
납치 범죄, 어떠한 이유도 명분 찾을 수 없어

故 김동식 목사 피랍 22주기 및 순교 21주기 추모, 납북자 송환 국민 촉구식이 16일 오후 요엘교회(담임 김영일 목사)에서 개최됐다. 이날 행사는 1부 추모예배, 2부 납북자 송환 국민촉구식 순으로 진행됐다.

김동식 목사는 22년 전인 지난 2000년 1월, 탈북민들을 돕다 북한이 보낸 공작원들에 의해 중국 연길에서 납치당했다. 이듬해인 2001년, 고문과 영양실조로 북한 감옥에서 사망했다고 2007년 봄 중국 S선교사가 가족들에게 전했다.

장애인이던 김 목사는 중국에서 장애인들을 돕던 중 탈북민들을 만나면서 그들의 고통과 아픔을 알고 안타까워 그들을 돌보면서 한국으로 데려오기 시작했다. 그러다 지난 2000년 1월 16일, 연길교회 인근 식당에서 북한 공작원들이 차로 납치했다.

전언에 따르면, 김 목사를 납치한 북한 당국은 위협과 회유로 김일성 주체사상으로의 전향과 탈북민들을 도운 과거를 회개하도록 강요했다. 그럼에도 끝까지 사상 전향을 거부한 김 목사는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해 80kg이던 몸무게가 35kg으로 줄고 고문 후유증에 시달리다, 이듬해인 2001년 영양실조로 감옥에서 순교했다. 그는 북한 평양 근교 상원리 소재 조선인민군 91훈련소 위수구역 내에 안장됐다고 한다.

2부 국민촉구식에서 인사말을 전한 김규호 목사(선민네트워크 대표, 김동식목사유해송환운동본부 공동집행위원장)는 "김동식 목사님이 피랍되고 순교하신 지 벌써 21년이 됐다"며 "2007년 사모이신 주양선 선교사님이 사무실을 방문해 '목사님이 순교하셨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생사 확인을 하고 싶고, 돌아가셨다면 유해라도 송환받고 싶다. 꼭 도와달라'고 간절하게 호소하시던 일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15년이 다 되어간다"고 전했다.

김규호 목사는 "긴 세월 동안 나름 노력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해 죄송스러운 마음뿐이다. 소천하신 날을 몰라 피랍일에 거행하는 추모식이라도 놓치지 않고 해야겠다는 마음에 시작한 납북자 송환 촉구식도 12년째를 맞이했다"며 "오늘 우리는 또 다시 '순교는 하지 못할지라도, 순교자를 잊는 잘못을 범해서는 안 된다'는 저희들의 다짐을 다시금 마음에 새긴다. 바라건대 속히 통일의 날이 와서, 북녘 땅에 묻히신 목사님의 유해를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추모사를 전한 고환규 목사(북한순교자기념사업회 공동대표, 생명과인권디아코니아 대표)는 "북한 선교를 하고 싶다며 휠체어를 탄 불편한 몸에도 열심으로 훈련받던 제자 김동식 목사를 생각할 때마다 가슴이 미어진다"며 "오늘 우리는 그의 순교의 피가 북녘 땅을 적시고 있음을 기억하고, 그의 피가 헛되지 않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환규 목사는 "우리는 북한 동포들의 구원을 위해 더욱 뜨겁게 기도해야 한다"며 "북녘 땅의 자유와 인권을 위해 더욱 힘을 내야 한다. 한국교회가 하나가 되어 순교자의 길을 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김동식 목사
▲김동식 목사 부부. 

한국해병대선교회합창단 중창팀이 '순교자 승리의 십자가' 등 2곡을 부른 뒤 김기용 권사(6.25납북크리스천가족회 회장)가 성명서를 낭독했으며, 김영일 목사(북한순교자기념관 관장)는 구호를 제창했다.

성명서에서는 "납치 범죄는 어떠한 이유로도 명분을 찾을 수 없고, 공소시효와 상관없이 처벌해야 한다"며 "특히 순수한 마음으로 북한 동포에게 도움을 주고자 했던 선교사를 납치해 죽음에 이르게 한 북한 당국의 야만적인 행위는 도저히 용납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그동안 북한은 6.25 전쟁 시기 약 8만 명의 대한민국 국민을 납치했고, 전후에도 전 세계를 대상으로 외국인을 납치해 스파이 양성 교육에 투입하며, 1969년 KAL기 공중 납치를 비롯해 수백 명에 이르는 어부들과 선교사들을 납치하고 살인하는 만행을 저질러 왔다"며 "또 김정욱·김국기·최춘길·장만석 등 6명을 유인 납치해 강제 억류하는 야만스러운 행위를 지속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또 "그럼에도 그동안 대한민국 정부와 국회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책무를 다하지 못한 채, 20년이 되도록 김동식 목사의 생사확인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며 "6.25 납북자를 비롯한 모든 납북자, 국군포로, 억류자들의 송환과 유해 송환에 대해서도 진척을 보지 못하고, 납북자 가족들의 피맺힌 울분에 대해서도 제대로 위로하지 못하는 잘못을 저질러 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도대체 언제까지 납북자 문제를 이대로 방치할 것이며, 국군포로들과 억류자들의 문제를 외면할 것인가"라며 "이에 우리는 김동식 목사를 비롯한 모든 납북자들의 생사 확인과 유해 송환을 간절히 소망한다"고 촉구했다. 다음은 이들의 3가지 요구사항.

1. 북한 당국은 김동식 목사의 납치범죄를 사죄하고 납북자/국군포로/억류자의 생사 확인과 유해 송환을 실시하라!

2. 정부는 김동식 목사를 비롯한 납북자, 국군포로, 억류자들의 생사 확인과 유해 송환을 강력 추진하라!

3. 국회는 6.25납북피해자보상법을 비롯한 관련법을 제정하여 납북 피해자 가족들의 원통함을 풀어주라!

이날 행사는 선민네트워크, 김동식목사유해송환운동본부, 6.25납북피해자대책위원회 등이 공동 주최했으며, 북한인권단체연합회, 생명과인권디아코니아, 북한인권희생자기념사업회, 북한순교자기념사업회 등이 후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