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광 목사(월드쉐어 USA)
(Photo : 기독일보) 강태광 목사(월드쉐어 USA)

사도바울은 예루살렘에서 체포될 때부터 총 4명의 백부장을 만납니다. 예수님도 백부장을 만났고 백부장의 믿음을 칭찬하기도 했습니다. 복음서에 두 사람의 백부장이 등장하고, 사도행전에는 5명의 백부장이 등장합니다. 이렇게 신약성경에는 총 일곱 사람의 백부장이 등장합니다. 모두 로마 군대 백부장(Centurion)들입니다. 

7명의 백부장 중에 세 사람은 믿음으로 칭찬을 받습니다. 첫째는 자신의 하인을 고쳐 달라고 예수님을 찾아온 백부장입니다. 그는 예수님의 친히 오심을 만류하며 말씀만 하시면 족하다는 믿음을 고백해서 예수님 칭찬을 받았던 백부장입니다. 둘째는 예수님의 십자가 집행을 책임졌던 백부장입니다. 그는 예수님께서 운명하시는 것을 보고 "이는 진실로 하나님의 아들이었도다"(마27:54)라고 고백합니다. 셋째는 백부장 고넬료입니다. 그는 모범을 보인 믿음의 지휘관으로 이방인 선교의 문을 여는 역할을 했습니다.

바울이 만난 네 백부장은 바울의 체포와 구금 그리고 로마행과 관련이 있습니다. 예루살렘에서 바울을 만나 체포하며 바울이 로마 시민권자라는 것을 천부장에게 보고합니다(행22:27). 두 사람의 백부장이 바울을 예루살렘에 가이사랴로 호송하는 임무를 수행합니다(행23:23). 이들은 바울을 보호하기도 하고, 바울을 체포해 가이사랴에 주재하는 벨릭스 총독에게 데리고 가는 임무를 맡았습니다. 마지막은 바울을 가이사랴에서 로마로 호송합니다. 

7명의 백부장 중에 두 사람 이름이 밝혀집니다. 고넬료(Cornelius, 행10:1)와 율리오(Julius, 행27:1)라는 백부장입니다. 이름이 밝혀진 두 백부장은 그들의 소속 부대도 알려줍니다. 고넬료는 이달리야 대대(Italian Cohort)소속이었고, 율리오는 황제 대대(Augustan Cohort) 소속이었습니다. 두 부대 모두 전통이 있는 로마 군대의 엘리트 부대였습니다.

이런 백부장들은 유대 사회에서 실존했던 로마 세력들입니다. 다수의 백부장들이 유대 지방에 배치되어 있었습니다. 그들 중에는 유대인 사회와 문화를 수용하고 심지어 신앙마저 수용했던 사람들도 있습니다. 반면에 권력을 활용하여 유대인들을 통제하고 군림했던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로마의 군대조직의 가장 큰 단위는 군단입니다. 당시 로마의 1개 군단은 약 6천 명 정도의 사병으로 구성되었습니다. 로마 제국 전성기 시절에는 28개의 군단이 있었다고 합니다. 한 군단은 천부장(Tribune)이 지휘했던 대대(Cohort)가 10개 정도 있었습니다. 보통 대대(Cohort)는 여섯 개에서 8개의 백인대로 구성되었습니다. 백인대는 명칭 상으론 백 명이지만 실질적으로 80명에서 100명으로 구성되어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이 백인대를 이끄는 지휘관 백부장(Centurion)은 로마군의 기초가 되는 로마군의 핵심이었습니다. 백부장은 군에서 복무한 경험이 보통 15년 이상이 된 노련하고 용감무쌍한 병사들 중에서 선발되어 임명되었습니다. 백부장은 비록 병졸에서 선발했지만 장교였고 혜택도 상당했습니다. 그래서 사병들에겐 그들이 꿈꿀 수 있는 가장 명예로운 직책이 백부장이었습니다. 

로마 군대의 시스템을 살펴보면 백부장의 역할과 위치의 중요성이 보입니다. 로마의 군대는 백부장(Centurion)이 지휘했던 '백인대'를 기초로 전투부대가 편성되었습니다. 백부장이 중요했습니다. 요세푸스(Josephus)는 로마가 치룬 전쟁들에서 백부장들이 세웠던 혁혁한 전과를 기록합니다. 또 역사가 폴리비우스(Polybius)는 자신의 '역사(Historia)'에서 평시 군대 관리와 부대 훈련에 백부장들의 중요한(Crucial) 역할을 했다고 강조합니다.

백부장의 영향력은 대단했습니다. 병사들의 군 생활의 질은 전적으로 자신이 속한 백인대의 백부장이 어떤 사람이냐에 달렸었다고 합니다. 로마 군대에 관한 논문에 백부장의 부대관리에 관한 논문이 많습니다. 평시 부대관리와 전투력 유지는 백부장의 역량이 절대적이었습니다. 그래서 백부장에게는 상당한 재량이 주어졌습니다. 대부분의 백부장은 모범을 보임으로 리더십을 발휘했었습니다. 삶으로 믿음을 보여준 고넬료는 모범적 리더십을 발휘했던 당시 백부장의 전형전인 모습이었습니다. 

로마는 효과적 부대관리, 전투력유지 그리고 전쟁 수행을 위해 백부장에게 병사 체벌(Corporal Punishment)권을 주었습니다. 타키투스 '연대기'는 백부장 '루실리우스(Lucilius)'의 별명이 '다른 것을 갖고 와'라고 소개합니다. 그가 병사들 매질을 시작하면 어김없이 지휘봉(Vitis)이 부러졌고, 그는 '다른 지휘봉을 갖고 와'라고 소리쳤답니다. 이런 체벌이 허용되었습니다.

백부장의 역량이 가장 잘 드러난 곳은 전투 현장이었습니다. '병사들이 전장 터에서 살아남느냐? 죽느냐?'는 백부장의 역량에 달렸던 것입니다. 로마군의 전쟁은 백부장이 승패를 좌우했습니다. 그래서 로마군의 전쟁은 백부장의 전쟁이라고도 말했습니다. 그래서 천부장이나 군단장은 전투에서 백부장의 전술적 의견을 존중했습니다. 

백부장에게는 특혜가 있었습니다. 우선 효율적으로 병사를 통솔할 수 있도록 상당한 재량권이 보장된 지휘권을 부여했습니다. 또 군복무를 마치고 나면 국가에서 주는 연금 혜택도 상당했습니다. 로마는 정복지에 퇴역 군인들이 집단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도시를 조성하였습니다. 면세와 자치권이 보장되는 이런 도시에는 병사 출신의 예비역 군인들이 거주하였고 백부장은 이런 퇴역군인 도시에서도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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